무용 언어로 다시 태어난 말러 교향곡 3번

존 노이마이어의 <말러 교향곡 3번>

Sep 18. 2024

21세기는 구스타프 말러의 시대이다. 살아 생전에는 작곡가로서 보다는 지휘자로 인정받았던 말러의 위상이 오늘날에는 '21세기의 베토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전세계 수많은 오케스트라단이 가장 많이 연주한 교향곡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들이다.(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도 있다) 그만큼 한 세기 전에 말러가 작곡한 교향곡들이 미래지향적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에 와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러의 음악들은 교향곡으로서 연주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에게도 창조의 영감을 샘솟게 하고 있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여러 영화에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되었고 말러의 여러 교향곡들이 발레 안무가들에 의해서 발레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말러의 교향곡들은 전체의 연주 길이가 너무 길어서 그렇지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나 악장들이 많다. 특히 말러 교향곡의 입문곡으로 알려진 1번은 세상의 온갖 소리를 다 넣으려 한 것처럼 교향곡답지 않은 동요나 민속가락, 또 클래식 선율이라고 하기에는 진지하지 않은 소리들로 가득차 있다. 지금 소개할 교향곡 3번 역시 무척 재미있는 음악이다.

현존하는 발레 안무의 대가 존 노이마이어.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수많은 발레 작품들을 보면 그가 음악성이 무척 뛰어난 안무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만든 <말러 교향곡 3번> 역시 음악 해석의 달인, 음악에 조예가 아주 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존 노이마이어의 <말러 교향곡 3번>은 음악의 분위기를 그대로 무용언어로 창조했기 때문에 말러의 음악을 이해하면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발레 작품이다. 말러의 교향곡들 중에서 연주 시간이 가장 긴 교향곡 3번으로 유명하지만 혼돈의 카오스에서 만물이 창조되고 영원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태초의 혼돈, 행진 소리, 대지의 온화함, 생기 넘치는 생명력, 쓸쓸한 고독, 동심어린 천국의 소리,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숭고한 선율 등 우주를 담으려한 이 음악은 지루할 틈이 없다.

존 노이마이어가 말러의 음악을 깊게 연구한 흔적이 전체 작품의 구성과 안무, 의상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말러가 남긴 교향곡 3번에 대한 기록과 거의 비슷하게 전체 구성이 짜여져 있고 음악을 그대로 춤으로 만들었다. 원곡과 똑같이 전체 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레 작품의 각 악장들은 1악장(Heir지난날), 2악장(Ete 여름), 3악장(Automne), 4악장(Nuit 밤), 5악장(Ange 천사), 6악장(Ce que me conte l'amour 사랑이 내게 말해주는 것)이라는 부제가 있다.

여러 관현악기 소리들로 태초의 혼돈을 표현한 1악장에서는 목신 판이 등장을 하고, 발레리노들의 절도있는 남성적인 군무가 특징이다. 기계체조같은 안무가 돋보이는 악장이다. 1악장과 대조적인 분위기의 2악장은 무용수들의 우아한 춤선과 가끔씩 진행되는 파드되와 2인무에서 군무로 바뀌는 동선을 감상할 수 있는 악장이다. 존 노이마이어는 각 악장별로 의상색을 달리했기 때문에 의상만 봐도 각 악장과 음악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가끔씩 쓸쓸한 선율이 울려퍼지는 3악장은 2인 4조 파드되(2인무), 3인 1조 파드 트루아(3인무), 파드 까뜨트(4인무)에서 파드되로 물 흐르듯이 바뀌는 무용수들의 동선이 큰 특징이다. 고독하고 허무함이 느껴지는 4악장은 깊은 밤으로 표현했으며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묘하게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신비롭다. 이내 어린이들의 천사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작품의 분위기가 매우 밝아진다. 발레리나의 동심어린 표정연기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어 주었던 천상의 소리는 6악장에서 '사랑이 내게 말해주는 것'으로 완성이 된다. 무용수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는 아다지오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숭고한 선율이며 벅찬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