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계에 도전했던 한 해
지인들에게 발레를 배운다고 말할 때마다 클.알.못인 지인들이 늘 이렇게 말했다.
"발레를 배우면 클래식 음악도 들으니 감수성에 더 좋겠어요."
그러면 나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발레 음악은 따로 있거든요." 라고 대답했고, 그때마다 지인들이 놀랐다.
"발레 음악이 따로 있어요?"
그러면 나는
"발레 음악이 넓은 범주에서는 클래식이기는 하지만 발레를 위한 음악은 따로 있어요." 라고 대답했고 지인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놀랐다.
취미 발레인들은 대체로 음악보다도 본인이 발레를 예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발레 클래스 음반들을 수집하는 취미 발레인들 중에서 편곡된 음악의 원곡을 궁금해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좀 더 관심이 있는 취미 발레인들은 지젤, 차이코프스키, 밍쿠스의 발레 음악, 에스메랄다 베리에이션, 해적이나 레이몬다 베리에이션 음악까지 듣는데, 어디까지나 여기까지이다.
발레 음악의 역사상 위대한 발레 음악 작곡가들로 칭송받는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를 정작 취미 발레인들은 잘 모른다. 이 두 분은 발레 덕후들보다도 클래식 덕후들에게 사랑받는 작곡가들이다.
발레를 배우는 햇수만 많았던 나는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인스타에 일부러 소문냈다. 그런데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 선생님이 가끔씩 댓글을 남기실 때마다 내가 시야가 좁고, 많이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발레 작품 감상을 넓혀서 나만의 관점으로 발레를 감상하려고 하니 '음악'이라는 장벽이 나를 가로막았다.
발레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낯가림, 음식 편식, 책 편식에 음악까지도 편식했던 나는 부단히 노력하기 시작했다. 일단 음악을 많이 들었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를 비롯해서 발레 음악이지만 연주곡으로 더 사랑받는 라벨의 발레 음악, 교향곡이 발레 음악이 된 말러의 교향곡들까지 인풋을 많이 해야 아웃풋이 될 거 같아서 일단 인풋을 많이 했다.
듣고 또 듣고 무한반복...
그 결과 말러의 음악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스스로 감격했고, 괴상한 사운드에 몸서리쳤던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뮤직으로 들리고, 괴기스럽게 느껴졌던 프로코피예프 음악에서 상상력과 블랙 유머가 보였다.
"한계를 극복하고 임계점을 넘어설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다."
풍월당의 컴필레이션 음반 '건반위의 저녁'. 덕분에 낯선 작곡가들의 음악과 안 듣던 곡들도 듣게 되었다. 음반 표지와 제목, 수록된 모든 곡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각 곡마다 언어의 연금술사처럼 평론하신 김문경 선생님의 언어조합을 소중하게 읽었다.
올 초에 본격적으로 단순히 발레 학원을 다니며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발레 덕후 생활을 제대로 하기로 결심하고 나만의 발레 인사이트를 쌓기 위해 읽었던 책들.
발레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발레의 역사, 안무가의 손에서 떠난 발레 작품의 운명, 발레 무용수들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발레 의상과 함께 공부했던 서양 복식사, 발레 음악, 작품 해설, 발레리노가 들려주는 발레 이야기 등등 폭을 넓혀 책을 읽고 자료들을 찾아보고 작품을 감상했다.
<아폴로의 천사들 : 발레의 역사>는 번역이 아쉽다.
<발레 이야기, 이은경 저>, <무도회의 권유, 이단비 지음>, 정옥희 교수님의 책들은 강력 추천한다.
<인간은 왜 춤을 추는가>, <발레와 현대무용>은
읽기 속도가 느려서 아직 못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