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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

오페라와 발레 영상물들

by 아트 서연

상징주의 미술의 대가 구스타프 모로는 제자인 앙리 마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스타프 모로의 자화상
구스타프 모로의 "살로메와 세례자 요한의 목"


"너는 회화를 단순화하는데 천재로구나."

앙리 마티스의 <춤>


앙리 마티스가 서양 미술사에서 그 동안에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복잡한 미술기법을 깨버리고 형태를 저렇게 단순화했다면,


오페라의 아버지 주세페 베르디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을 놀랍게도 단순화해서 밋밋하게 만드셨다. 내가 작년에 소설 <마농레스코>와 <춘희>를 읽은 후 오페라와 발레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감상후기이다.


그런데 이번에 <카멜리아 레이디>의 프로그램북을 읽어보니 안무가님도 이미 그 점을 지적하셨다.

"저는 오페라와 연극이 너무 압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베르디가 이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이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발레에서는 블랙 파드 되에 해당되는 내용)" -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


그냥 베르디에게는 아버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 알프레도(=아르망)와 비올레타(=마르그리트)의 실타래처럼 뒤엉킨 연애의 감정을 묘사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다. 대신에 "우리 아들하고 당장 헤어져."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를 억지로 떼어놓고는 마음 깊이 오해한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가학적으로 괴롭히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서 아들을 혼내준다. 베르디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아주 좋게 부각시키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엥? 저게 뭐지? 병 주고 약 주고네."처럼 보인다.


그런데 클래식 애호가들이 왜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 건지 그것도 역시 미스터리다. 그냥 이 오페라는 빈약한 오페라 대본과 등장인물 묘사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과 귀에 착착 감기는 아리아가 다 한거다. 이 오페라의 성공 신화는 그야말로 선율을 천재적으로 뽑아낸 베르디의 천재성 덕분이다.

https://youtu.be/z4qc5Xlix8M?si=_ptPXXVBQWndElcC

롤란도 비야손과 안나 네트렙코 주연의 <라 트라비아타>




이번에 공연관람 전에 복습했던 영상물들이다.

https://youtu.be/u29kfBhTCY0?si=iS2p4Ok9_ujx9dTQ

마르그리트 역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표정연기가 섬세하다.


https://youtu.be/LYqJbAGb2HM?si=JuIr1qstcIL30hBc

마르그리트 역의 아녜스 레테스튀. 마르그리트의 감정의 깊이를 눈동자로 다 담아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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