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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호두까기 인형>

by 아트 서연

지금은 중고등학교 교과과목에 무용이 없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각 학교마다 무용 선생님들이 계셨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발레 선생님은 안 계셨지만 어느 학년에는 한국무용, 다음 학년에는 현대무용 선생님께 각 장르의 무용이론과 실기를 배웠다.

가끔은 현대무용 시간에 선생님이 교실에서 발레작품 비디오를 틀어주셨는데, 그 때 봤던 작품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들이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발레리나들의 깃털같은 모습은 초현실적으로 보였고, 발레리노들의 멋진 모습은 십대 소녀의 마음을 참 설레이게 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왕자님 역시 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왕자님 중 한 명이었다. 깃털처럼 날아오르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이후에도 아련한 이미지가 되어 두고두고 생각났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발레에 입문하고 나서야 잊지 못했던 호두까기 왕자님이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던 발레리나가 젤시 커클랜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영화를 잘 안보는 탓에 바리시니코프가 영화 <백야>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그 무렵에 알게 되었다.



바리시니코프가 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은 정말 아름답고 두고두고 여운을 남기는 버전이다. 그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멋진 왕자님과 요정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이 버전을 오랜만에 떠올린 아침. 여전히 내 마음 속엔 왕자님을 보면 가슴 설레이고 동화같은 환상을 좋아하는 십대소녀가 살아있음에. 잊은 줄 알았던 그 때의 감성과 마주하면서 괜히 눈물짓는다.

https://youtu.be/PCSYK-cz0A8?si=lxXAbPAhvm6Hhw2S

https://youtu.be/hnmbas-eOWI?si=PYb2fgtwlTJfTN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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