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 되

아그리피나 바가노바의 안무

by 아트 서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로마 신화에서는 사냥과 달의 여신 다이애나가 되었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애나와 사냥꾼 악테온 이야기는 비극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어느 날 사냥꾼 악테온이 숲 속에서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어 숲 속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악테온은 님프들과 목욕을 하고 있는 다이애나를 발견하고 훔쳐보았다. 이에 다이애나는 분노로 노발대발하면서 악테온을 수사슴으로 만들어 버린다. 졸지에 수사슴이 된 악테온은 자신이 주인일 줄도 모르는 사냥개에게 쫓기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 화파를 이끌었던 티치아노 베첼리오가 이 주제로 매끄러운 질감의 관능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다이애나와 악테온>, 1556~1559, 런던 내셔널 갤러리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악테온의 죽음>, 1559~1575, 런던 내셔널 갤러리




다이애나와 악테온은 발레작품에도 등장한다. 바가노바가 안무한 전막발레 <라 에스메랄다>에서 하남자 페뷔스가 플뢰르와 약혼식을 하는 날 다이애나와 악테온이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등장한다. 그때 추는 공연이 지금 올리는 "다이애나와 악테온의 파드 되"이다. 프티파가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서 모티프만 차용해 에스메랄다를 창작한 것처럼 바가노바가 끼워넣은 다이애나와 악테온 역시 신화 속에 나오는 끔찍한 이야기와 아무 연관이 없다.

에스메랄다의 작곡가는 세자르 푸니의 음악이지만 바가노바가 프티파의 안무를 대대적으로 재안무하면서 드리고의 음악으로 기존에 없던 내용을 추가해 끼워넣은 파드 되가 바로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 되"이다. 다소 슴슴한 푸니의 음악에 비해 그래도 드리고의 선율은 귀에 착착 꽂히는 맛이 있어 단연 이 파드 되도 쉽게 각인된다.

<라 에스메랄다>의 전막발레는 안무 자체는 매우 훌륭하나 내용과 작품을 이루고 있는 형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어 오늘날에 공연하기에는 너무 유물같은 작품이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막 공연을 하지 않는 이 작품은 춤 자체는 훌륭해서 무시하기에도 참 아까운 작품인데,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 되"는 드리고의 선율 덕분에 잘 살아남았다.

미술작품 속에서 묘사된 다이애나의 모습 그대로인 발레의상을 입고 달의 여신임을 상징하는 머리장식을 두른 발레리나는 사냥의 여신이기도 해서 화살을 들고 활을 쏘는 모습을 춤으로 생기발랄하면서도 당당하게 표현한다. 악테온 역시 사냥꾼임을 표현하기 위해 화살을 쏘는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다. 상당히 고난이도의 테크닉이 많이 나와서 축하공연으로 잠깐 추는 파드 되임에도 주연 무용수 못지않게 박수를 많이 받는 매우 중요한 배역들이다. 전막공연을 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주로 발레 스타들이 공연하는 갈라작품이나 국제 콩쿠르의 작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 되

https://youtu.be/xeIek4PmdzU?si=pxXuaObRK7A2MvpW



악테온 베리에이션

https://youtu.be/B1l4eTzCLB8?si=NMIlW-bCX9oFyrkh


* 영상 속 발레리노 :

ANTÓNIO CASALINHO(포르투갈)

쿠바식 발레 교육을 받았고 21년에 로잔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함과 동시에 바로 바이에른 주립발레단 솔리스트로 입단했다. 24/25 시즌에는 수석무용수로 승급, 25/26시즌부터는 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이적, 활동 중이다.

* 학생 시절에 춘 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정말 숙성된 춤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곧바로 알짜배기 발레단에, 그것도 솔리스트로 입단. 또 진짜 초고속 승진, 운도 따라주는 발레리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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