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사랑 이야기

에스메랄다 탬버린 베리에이션

by 아트 서연

* 안무 : 니콜라스 베리오소프

* 음악 : 로무알도 마렌코


원작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와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발레 작품에서는 하남자 페뷔스와의 사랑이 이루어지면서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각색되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들이 다 하나같이 장광설로 유명한데, <파리의 노트르담> 역시 만만치 않다. 그 장광설을 쏙 빼면 에스메랄다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를 사랑했지만 출세를 위해 그녀를 버리는 페뷔스, 에스메랄다를 본 순간부터 파계승이 되려는 사제 프롤로의 관계로 압축이 된다.


전막발레에서는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어느 날 사제 프롤로의 눈에 띄어 사랑을 강요당하면서부터 에스메랄다의 비극이 시작된다. 그때 근위대장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구해주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페뷔스는 이미 귀족 아가씨 플뢰르의 연인으로 양다리를 걸치면서 발레작품 속에서 만만치 않은 하남자로 등극하게 된다. 심지어 약혼녀에게 선물받은 스카프를 에스메랄다에게 선물로 준 페뷔스는 자신의 약혼식날 두 여인에게 들통이 난다. 아무것도 몰랐던 에스메랄다는 페뷔스와 플뢰르의 약혼식 축하공연에 참석했다가 그제서야 페뷔스가 양다리를 걸쳤음을 알게 되고 사랑의 배신 앞에서 무너진 마음을 가까스로 잡고 춤을 춘다.


지금 올리는 니콜라스 베리오소프 안무의 "탬버린 베리에이션"은 일반적으로 요염하게 끼부리는 "쎈캐"로 알려진 캐릭터이지만 원작과 전막발레를 보면 마냥 쎈언니가 아닌 강인하면서도 순수하고, 온갖 핍박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낸 올곧은 여인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세속의 욕망과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사제 프롤로가 에스메랄다에게 누명을 씌우지만 그때 페뷔스가 나타나 에스메랄다를 구해준다. 따라서 에스메랄다는 마냥 단식으로 기가 센 인물로 해석할 캐릭터가 아니다. 매혹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줄 알고,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낸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에스메랄다의 사연을 알고서 탬버린 베리에이션을 다시 보니 마냥 화려하고 강렬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에스메랄다가 흔드는 탬버린 소리와 강한 악센트가 인상적인 선율은 어쩐지 구슬프게 들렸고 위기에 빠진 순간에도 참고 견뎌냈던 에스메랄다의 강인한 영혼을 그 음악 속에 다 담아낸 춤이었던 것이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출 수 있는 꿈의 베리에이션

각종 갈라공연, 무용콩쿠르 등으로 매우 유명한 이 베리에이션은 취미발레인에게는 "꿈의 베리에이션" 이다. 워킹 레그를 들어올리는 춤동작이 유난히 많아 발레리나의 코어근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때 발레에서 말하는 '코어근력'은 식스팩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지탱할 수 있는 체간(중심축)과 균형감각이다.


일단 횡경막 호흡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체간을 바로 세울 수 있고, 중심축을 잘 잡아야 골반이 정렬되면서 턴아웃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턴아웃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춤의 반경이 넓어져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릴 수 있는데, 영상 속 베리에이션을 보면 발레리나가 고관절에서부터 무릎까지 이어지는 안쪽 허벅지를 먼저 들어올린 후 그 다음에 무릎에서 발끝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높이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다리를 들어올릴 때 고관절의 뼈들이 찰칵 잠기는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오히려 90도 이하로 다리를 드는 것보다 더 쉽게 다리를 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리를 들기 위해서는 턴아웃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턴아웃을 잘 하려면 골반도 균형이 맞아야 하며 척추도 휘어져 있으면 안된다. 그래서 발레를 하기에 신체조건이 맞지 않는 취미발레인에게는 "꿈의 베리에이션"인, 선택받은 자들만이 출 수 있는 춤이다.


이 베리에이션의 코다부분에서 발레리나가 지탱다리로 무대 위를 조금씩 이동하면서 탬버린으로 한쪽 다리를 친 후 손과 무릎에 탬버린을 치는 동작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에스메랄다의 신들린 듯한 탬버린 춤을 보면서 슬프지만 자신만의 균형을 잡으며 사랑을 지켜낸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https://youtu.be/yt22qf2d_bo?si=eSLsbJE0jnLLYp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