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그렇게 요정이 되었다(?)...

by 아트 서연

"제가 다음 시간부터 작품 하나를 가르쳐 드릴테니
서연님은 요정이 되세요." 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내 생각과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나를 요정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음 시간부터 나는 요정이 되었다(×)...
되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이 고른 작품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 리카르도 드리고의 음악을 사용한 작품 <탈리스만> 중 '물의 요정의 춤' 이었다. 물의 요정이니까 손끝으로 물기를 탁탁 터는 동작부터 시작하는 물의 요정의 춤은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누가 내 볼에 뽀뽀해주세요." 하듯이 끼 부리세요.
끼 부리셔야 되요." 하고 선생님이 연출지시를 하셨다.
선생님의 연출지시를 듣는 순간 내 머리속이 어질어질해졌다.
ㅋㅋㅋ
끼 부리는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생님의 요구사항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마음껏 예쁜척 하셔도 돼요."
네? 선생님? 저보고 예쁜척 하라구요? 그것도 이 나이에?
ㅋㅋㅋ

유난히 맑고 초롱초롱한 까만 눈동자를 지녔던

선생님은 천사같은 얼굴로

계속 나에게 무서운 것만 시키셨다.

그렇게 해서 요정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물의 요정 베리에이션을 다 배우긴 배웠다.




얼마 뒤 선생님은 발레 학원을 그만두셨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랑 데칼코마니가 되버릴껄...
선생님의 춤이 정말 요정 그 자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