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가 만들어갈 세상의 지형도, 정보화시대를 위한 안내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저서 <디지털이다>는 정보화시대를 맞이할 이들에게 전하는 미래의 지형도이자,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안내서이다. 이 저서는 디지털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비트의 개념에서부터 기기와 사람 간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 미래의 어느 시점에 펼쳐질 디지털시대의 인간의 삶에 대한 예측 등을 담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의 저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필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이 것이 소재, 배경 등으로 사용된 문화콘텐츠에 대해서 다뤄볼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주제는 비트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비트란 정보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원자적 요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트란 무엇인가? 비트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반대 개념인 아톰과의 차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보화시대에서도 신문, 잡지, 책 등, 아톰 형식의 다양한 정보들을 볼 수 있다. 비트의 형태로 전해진 정보의 예로는 디지털 책, 인터넷 기사 등을 들 수 있다. 정보 산업과 오락산업에선 비트와 아톰이 혼재되어 있다. 같은 책을 아톰의 형태로 전하든, 디지털의 형태로 전하든 그 정보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 일반 책, 아톰의 경우 운송과 보관 그리고 반품에 드는 비용이 존재하고 절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된 인터넷 서적의 경우, 운송, 배송 그리고 반품에 드는 비용이 존재하지 않으며 절판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편리성으로 인해 책을 포함한 다른 미디어 또한 편의성과 경제적 유인, 탈규제 정도에 따라 디지털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비트는 켜지거나 꺼진 상태, 혹은 참과 거짓의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상태를 1과 0으로 간주한다. 이젠 오디오나 비디오를 1과 0으로 바꿈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화의 이점으로는 중요데이터의 압축과 에러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음악과 영상은 아주 작은 수의 비트만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비트는 에러를 수정해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시청자는 스튜디오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이 된다면 두 가지 결과가 일어난다. 첫 번째 비트는 쉽게 혼합되기에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의 혼합인 멀티미디어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비트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종 비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혼합 비트와 비트에 관한 비트의 탄생으로 인해 미디어의 환경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21세기엔 비트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압축할 것이고, 많은 양의 멀티미디어가 디지털 공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말을 오늘날에 적용시켜보면, 멀티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미디어 환경은 우리에게 좋은 영향만을 전해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우리는 사물의 실제 모습을 직접 체험하기 보단 그것에 대한 경험을 담은 영상물을 보는 것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시 청각적 정보가 혼합된 멀티미디어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이나 책에 비해 더 직관적으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속 죄수들처럼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멀티미디어가 전하는 직관적인 정보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멀티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들이 모두 대중을 현혹시키는 거짓이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더 사실적으로 직관적으로 전하는 정보일수록 그 정보가 주는 파급력과 설득력은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멀티미디어가 주는 정보의 설득력은 영화 <다이하드4>의 한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 <다이 하드4>에선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테러를 가하는 단체가 등장한다. 테러범은 미국의 백악관을 폭파할 것이라 선언하고, 몇 분 뒤 뉴스와 방송사를 해킹해 cg를 통해 제작된 백악관 폭파 영상을 틀어준다. 그러자 거기에 있던 모든 대중들은 백악관이 폭파되었다고 믿고 놀라게 된다. 이처럼 시청각적 정보가 동시에 전달되는 멀티미디어는 대중들을 쉽게 설득시키고 속일 수 있다. 사실적이고 직관적인 정보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 또한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라 생각한다.
비트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따라서 이 비트와 사람을 이어주는 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페이스란 사람과 비트가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 기기와의 접근성은 정보화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계를 조금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들려는 인간의 노력은 그동안 컴퓨터와 사람이 접촉하는 감각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물리적인 디자인을 개선하는데 맞추어졌다.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할 목표는 단순히 더 좋은 음질, 좋은 화질을 만드는 데에 있지 않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인터페이스의 다음 목표는 컴퓨터로 하여금 당신이 누구이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목소리 혹은 목소리가 아닌 언어들로 알게 만드는 것이다. 향후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다양한 감각을 인식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최상의 인터페이스는 각각 인식하는 생체 반응은 다르지만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비할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만으로 사용자의 명령을 인식하는 양자택일 식 인터페이스가 아닌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사용자의 명령을 인식하는 공존의 인터페이스이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른 곳에서 빠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공존 인터페이스의 큰 장점이다. 저자는 이후 지능 인터페이스에 대해 언급한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저자의 꿈은 사람 같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라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미래의 인터페이스는 클릭과 같은 직접 조작이 이나 마우스 인터페이스가 아닌 위임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복잡한 기계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컴퓨터가 알아서 일을 끝내기를 원할 뿐이다. 저자는 대행자 기반 인터페이스라고 일컬어지는 방식이 인간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로 출현할 것이라 말한다. 오늘날 디지털 기기는 점차 사용자에게 편의에 맞추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사람이 기기의 언어를 통해 기기에게 명령을 내렸던 과거와 달리 이젠 기기가 사람의 언어를 인식하고 명령을 처리한다. 텔레비전의 세탑박스와 스마트폰 안에서도 사람의 언어를 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AI를 볼 수 있다. 언어뿐만 아니라 사람의 표정을 읽는 인공지능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의 얼굴 표정을 AI를 통해 해석해 다른 사람의 표정에 내 얼굴을 집어넣을 수 있는 딥페이크(Deep-fake)도 찾아볼 수 있다. AI가 사람의 다양한 표현들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젠 신기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대행자 기반 인터페이스 또한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제 위임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기기가 사용자의 명령에 관해 지속적으로 물어온다면 사용자는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에서, 사람이 기기에게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 것인가? 기기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기 위해선 사용자에 대한 기록과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때론 자신의 개인정보까지 기기에게 맡겨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가 기기에게 노출되는 것을 감암하면서 기기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까? 사용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기기에게 많은 일들을 위임할 수 있는 기술은 정말 실현 가능할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할) 이나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은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기술의 발전이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을 탄생시킨다면, 이들의 친근함이 기기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인간 같은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기기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뜨리지 않을까?
이제 화제를 돌려 사람과 비트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디지털 삶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의 저자는 향후 미래에 구현될 기술들을 제시한다. 본고에서는 저자가 기술한 몇 가지 사례들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미래에는 통신과 가상현실 기술 덕분에 공간의 제약이 사라질 것이다. 자동차를 몰아 일터로 가는 대신 사무실에 접속하여 전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또 미래에는 실제 주소가 아닌 인터넷 주소가 더 중요시 될 것이다. 아메리카 온라인, 컴퓨서브, 프로디지에 계정을 갖고 있을 경우 당신의 전자우편 주소는 알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물리적 장소는 알 수가 없다. 전자 우편은 그저 가상의 주소이다. 수신자는 자신의 물리적 주소지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그러나 송신자들이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그들은 수신자의 물리적 주소가 아닌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수신자가 시간대가 다른 장소에 있을 경우, 전자우편은 공간 뿐 아닌 시간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의 미디어는 기기를 넘어 우리가 입는 의상에도 적용될 것이다. 현재도 애플 워치나 갤럭시 워치처럼 웨어러블 기기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손목시계는 단순한 시계에서 벗어나 명령통제센터로 바뀔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지닐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찬 채로 잠들게 될 것이다. 물건을 작게 만드는 기술은 작은 물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능력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다. 저자는 장래의 디지털 장치가 여태의 형식에서 벗어나 아주 색다른 형태와 크기로 나타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게 된다면 나이키와 리바이스 같은 의류 매점들에서도 컴퓨터 장비를 판매하게 될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나온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선글라스 장비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나온 컴퓨터와 연결된 정장과 같은 장비를 언젠간 보게 될 것이다. 향후 이동수단의 변화 역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는 여러 주요 디지털 장비로서 스마트라디오와 에너지 컨트롤, 정보 계기판이 부착될 것이다. 자동차는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될 것이며, 모든 도로의 컴퓨터 모델을 통해 자동차의 현재 위치를 보여줄 수 있다. 미국 전체 도로망이 시디롬 한 장에 들어갈 것이고 추적 기술을 조합하여 자동차의 현재 위치를 몇 피트의 오차 내에서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동수단, 특히 자동차는 이런 기술이 매우 빠르게 상용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도 보행자와 운전자는 여러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게 될 때가 많다. 더욱이 도로 안에서 주행은 서로의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작업이다. 기술의 발전이 도로에서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선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을 하고 자신의 위치를 추적해 운전자에게 보여준다면 과연 교통관련 사고는 줄어들 수 있을까? 자동차 스스로 전혀 예상치 못한 도로 내 교통사고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도로에선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때론 이것은 사람의 직관으로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현재도 자동차는 많은 부분 발전해왔다. 그러나 아직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해결해야하는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존재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도로 내에서 벌어질 여러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를 구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화시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은 무조건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해 서로가 이어지는 사회가 온다면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것인가? 아니면 직접 만남이 사라져 결국 더욱 삭막한 사회가 될 것인가? 이것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여러 질문을 던져 보며,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또는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대해 준비할 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