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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Mar 02. 2024

상처를 치유하는 법

상처받은 던 곳에서 다시 치유받다

  "아이들 때문에 받은 상처는 결국 아이들 덕분에 치유되더라."

작년에 병가 들어가는 날 위로해 주셨던 선배 선생님의 말씀이다.


  2월이 되면서 새 학년 준비로 출근해야 했다. 아픈 기억이 가득한 학교에 다시 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출근 전날, 친구들에게 '차라리 새 학교 가는 게 더 낫지, 힘들었던 학교 다시 가려니 진짜 내키지 않는다.'며 한탄 섞인 말을 했다.


  내 걱정이 무색할 만큼 출근해서 만난 선생님들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해 줬다. 이제 괜찮냐며, 한 번씩 안부를 묻고는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하는 그 무심함이 너무 고맙고 날 편안하게 했다. 내가 병가를 들어갔었는지도 몰랐던 것처럼 상투적인 인사로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오히려 날 안심시켰다.


  올해 담임하는 학년이 달라지면서 교실도 바뀌는 바람에 짐을 옮기느라 분주하게 다니다가 일이 생겨 운동장 쪽으로 나갔다. 갑자기 어디선가 "선생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작년 우리 반 남자아이들 세 명이 운동장에서 놀다가 날 발견하곤 쫓아온 것이었다. 내가 교권 침해로 신고했던 아이도 같이 있었다. 어떤 표정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미처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라며 안긴다. "이제 건강해지셨어요?" 또 한 아이가 묻는다. 교권 침해로 신고했던 아이는  "선생님, 선생님 보면 인사할게요." 약간은 멋쩍어하며 말을 건다. 나에게 상처 주었던 아이들이었지만 반갑게 날 부르며 찾아와 준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괜찮아졌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맑고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방에 갇혀 혼자 울며 떨고 있는 아이처럼 살았었나 보다, 싶어 다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내 일에 관심이 없다. 그게 좋았다. 내가 주목받지 않아서 편안하게 다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내 상처 따위에 관심두지 않으니 나도 씩씩하게 일어나 앞으로 나가야겠다. 내가 당당해질 수 있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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