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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Mar 02. 2024

아픈 역사 속 보석 같은 삶을 살아낸 유관순

'항거: 유관순 이야기' 영화를 보며 든 생각

  아파트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 한 번씩 간다. 헬스장에서 유일하게 하는 건 'TV 보며 러닝머신에서 걷기'다. 보통 드라마 한 편 보면서 걷는데, 마침 '벌거벗은 한국사'프로그램에서 내가 좋아하는 최태성 선생님이 유관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유관순이 매우 씩씩하고 장난기 많은 골목대장이었다는 것과 유관순 아버지가 학교를 세울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에서 자료 화면으로 사용된 영상이 유관순 영화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3.1절을 맞아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는 유관순이 머리에 용수를 쓰고 맨발로 서대문형무소에 들어와 사진  찍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에서 1년 반동안 옥살이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일제에 항거하다 모진 고문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좁은 감옥 안에 가득 갇힌 사람들은 순번을 정해 몇 명씩 가운데 누워 잔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는 사람들 주위에 빙 둘러서서 한쪽 방향으로 천천히 다.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가 퉁퉁 붓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돌다가 힘들어 하나 둘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하다 다 함께 아리랑을 불렀고, 애국가까지 함께 불렀다. 이 일로 조사받는 중에 유관순이 벽관에 갇혀 죽다 살아난다.

  2020년, 3.1절 1주년을 맞아 유관순이 옥사에서 독립선언서를 암송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자 같은 방 사람들도, 감옥 전체 사람들도 만세를 외쳤다. 감옥 밖 사람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져 결국 서대문 안 사람들  모두 만세를 외친다. 일본 헌병들은 독립 만세 사건의 주동자로 유관순을 지목해 지독하게 고문한다. 조선인 경찰이 유관순 손톱을 뽑던 장면은 아직도 오싹하다. 우리나라 역사는 알면 알수록 왜 이리 슬픈 걸까? 일본인들에 대한 분노가 불붙는다.


  심한 고문으로 죽음을 맞아하기 직전, 식사배급을 담당하던 죄수가 식사를 넣어주며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

마지막 유관순의 대답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럼 누가 합니까?"

유관순은 출소를 이틀 남겨두고, 감옥에서 숨을 거둔다. 자궁과 방광 파열이 사인으로 추정되었고 시신은 유실되었다고 한다.


지난 1월에 딸들과 처음으로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왔다. 영화 속에서 유관순이 썼던 용수도, 감옥에 갇힌 여자들이 먹던 밥그릇도, 유관순을 꼼짝 못 하게 벽에 고정해 놓았던 벽관도, 고문했던 도구들도 실제로 봤었다.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던 사람들의 처절한 증언을 읽으며 눈물 나게 가슴 아팠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그럼 누가 합니까?"라는 대사가 계속 귀에 맴돌았다. 겨우 17세의 나이에 '바로 내가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유관순, 감옥 안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방법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유관순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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