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43

성장이 아닌 편안함과 자유로움

by 매글이

성장욕구. 나는 내가 그 것이 큰 사람인 줄 알았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 가만히 있으면 정체되는 느낌에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 하는 사람. 틈만나면 책을 읽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했다. 주기적으로 안 가본 곳으로 여행을 떠나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문화생활로 생각을 리프레쉬하는 시간도 좋고,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을 즐겼다.


성장욕구가 나를 움직인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알게된다. 하루하루 평온한 날이 많아졌다. 작은 감사거리를 매일 찾고 기록한 지 삼년이 넘어가니, 크게 특별하고 새로운 일이 없는 보통의 일상이 꽤나 만족스러워졌다.


보통의 하루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감사할 것들은 하루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평범한 일상에서 의식하지 않으면 아쉽거나 부족한 점들에 눈을 돌리게 되지만, 감사를 통해 머릿속에 긍정 회로가 돌아간다. 안좋은 일이 있더라도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하루였어.' 생각하게 된다. 감사를 하지 않은 하루와 비교하면 똑같은 하루일지라도 내가 가진 것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에 좀 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니 작은 아쉬움과 부족함이 별 것 아니게 된다. 마법같은 순간들이라 부르고 싶다.


만족스러운 하루가 쌓이니, 나 자신에 대한 평가도 만족스러워진다. 타인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나다. 남의 평가, 말 한마디에 그날의 감정이 좌지우지되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 일쑤였던 날들.


이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니,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다가도 다시 나의 시선으로 돌릴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던 감정을 다시 평온하게 되돌리는 데 시간이 줄었다고 해야할까.


하루를 살며 기분이 참으로 중요한 사람이 나다. F성향이 많기도 하고, 워낙 멘탈이 약해 자주 흔들렸는데, 만족스러운 하루가 반복되니, 좋은 기분을 유지할 때가 많고, 그 점이 가장 좋다.


사람이 이성적으로 하루를 사는 것 같아보여도 실은 감정에 좌우될 때가 많다. 같은 상황도 기분이 좋을 때와 별로일 때 반응이 달라지니까. 특별히 나쁜 일이 없어도 무언가 부족하다 느꼈던 이전의 삶에서 나는 짜증도 많았다. 낙천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안되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짜증이라는 감정이 불쑥불쑥 찾아왔었고, 짜증조차 내 마음대로 통제가 안되니 감정의 늪으로 빠져들 때가 많았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느낌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으로 연결된다. 그러니 보통의 하루에서도 부족감과 공허감, 무언가를 더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메꾸려면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통해 인정받을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니, 타인의 평가이든, 성과이든 무언가 외부에서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렇게 새로운 경험에 집착했떤 걸지도 모른다. 여행과 문화생활로 인한 새로운 자극은 잠시 그 부족분을 메꿔줄만큼 강력한 자극이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지속적으로 유지는 안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 책을 읽는 행위, 배우는 것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야만 부족하다 느끼는 나의 하루와 내 자신을 조금 커버하는 것 같았으니까.


전보다 평온해지니 짜증이 많이 줄었다. 별거 아닌 일에 불쑥 올라오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요즘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정체모를 아쉬움과 부족하다는 느낌에 끊임없이 채워야만 했던 결핍, 불만족감이 잠잠해지니, 진짜 나라는 사람이 더욱 잘 보인다.


나는 성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편안함과 평온함.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된다. 흔히들 안전지대를 탈출하라 말한다. 자기계발서들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고. 물론 맞는 말이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나만의 안전지대를 확장하고 싶다.


성장. 해야하기 때문에 목표를 갖고 익숙한 것들을 타파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추구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반복하며, 안전지대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넓혀가다보면 그 끝자리 어느지점에서 성장이 일어날 거라 믿는다. 글을 계속 그냥 쓰다보면 잘쓰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또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잘 모를 때에는 익숙함을 벗어나보는 게 도움이 더 될지도 모른다. 경험을 통해 알게되는 것이니. 어느정도 자신만의 한계나 장점, 강점을 찾았다면 이제는 강점을 지속하고, 확장하는 선택들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하루하루 드는 만족감이 생각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정체모를 결핍감이 옅어지니, 나의 부족함과 단점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편안하게 즐기는 시간들을 점점 사랑하게 된다. 그 지점에서 몰입하는 힘도 나온다.


성장에 집착하지 않게된 지금의 마음상태에 감사하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다보면 원하는 모습에 한 발 가까이 가 있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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