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의 활용과 투자의 일각
리니지 속 자본주의
2006년 고등학생 당시에 리니지 라는 게임을 했었고, 이를 통해 근로소득을 활용한 투자(사실은 도박)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게임 속에서 사냥터에 나가 1시간 동안 몬스터를 잡으면 2만 아데나(게임 속 화폐)를 벌 수 있었다. 게임 속 근로소득인 사냥을 통해서 벌 수 있는 돈은 시간당 2만 아데나. 원하는 아이템을 맞추기 위해서는 6백만 아데나가 필요했고, 수개월에 걸쳐 300시간의 사냥을 통해서 6백만 아데나를 벌었다. 막상 아이템 값을 벌고 나니 아이템을 맞추기보다 이 돈을 불릴 방법이 없을까 싶어 게임 속에서 도박장을 차리기로 한다.
게임명은 '홀/짝/꽝'
사용하면 '홀 or 짝 or 꽝'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는 아이템이 있었고, 이 구조를 활용하여 도박장을 열었다. 각 항목이 나올 확률은 홀 47.5%, 짝 47.5%, 꽝 5%. 대략적으로 100번 사용 시 홀은 47~48회, 짝이 47~48회, 꽝이 5회 나오는 구조다.
손님이 오면 '홀, 짝, 꽝' 중 하나에 베팅을 할 수 있으며, 손님이 맞추면 도박장 딜러인 내가 웃돈을 얹어서 돌려준다. 홀 또는 짝에 베팅하여 맞추면 2배로, 꽝에 베팅하여 맞추면 3배로 돌려준다.
대부분의 손님은 나올 확률이 5%밖에 되지 않는 '꽝'에 베팅하지 않는다. 손님 입장에서 꽝을 선택지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머릿속에 남은 건 '홀 또는 짝'. 꽝만 나오지 않는다면 딜러와 손님의 승률은 반반이다. '5% 확률밖에 되지 않는 꽝만 나오지 않는다면..'
그러나 5%의 확률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지워버리고 싶은 변수 5%때문에, 딜러와 손님의 구도를 자산가와 빈털터리의 구도로 바꾸어 버린다. 도박장에 한번 발을 들인 손님의 끝은 항상 파산이었다.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님입장에서 홀 또는 짝에 걸면 47.5%의 확률로 이길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딜러는 52.5%의 확률로 이기게 된다. 승률이 50%가 안 되는 것과 50%가 넘는 것은 큰 차이를 불러온다. 승률 50%가 넘는 딜러는 게임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으로 돈이 불어난다. 승률 50%가 되지 않는 손님은 게임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필연적으로 돈을 잃게 된다.
-게임의 횟수가 많아야 한다-
나는 600만 아데나를 가지고 있었고, 손님이 600만원 베팅에 성공해 버리면 청산당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베팅 금액에 제한을 걸었다. 베팅은 100만원 까지만.
손님이 100만원씩 6번 연속 베팅에 성공하면 딜러인 나는 청산당하겠지만, 확률적으로 그렇게 될 경우의 수는 64분의 1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손님은 '재미 삼아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도박의 구조는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돈을 잃을 수도 있지만 딸지도 모른다 - 불확실 속의 기대감은, 사람의 도파민을 자극시킨다. 돈을 잃으면 본전을 찾기 위해 다시 찾아오고, 돈을 따면 도파민에 절여진 뇌를 통제하지 못하여 다시 승부를 걸게 된다.
누구도 강제로 시키지 않았지만, 홀짝 게임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언제까지? 손님이 파산할때 까지. 그리고 다음 손님이 찾아온다.
나의 게임 속 자산은 계속 불어나서 2100만 아데나를 넘게 된다. 사냥을 통해서는 600만 아데나를 벌기 위해 300시간이 걸렸는데, 그 돈이 2100만 아데나가 되기까지는 15시간이면 충분했다.
도박장을 통해서 시간당 100만 아데나 이상을 벌 수 있었다. 늘어난 자산은 더 큰 베팅금액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줘서 베팅제한을 200만 아데나로 늘리게 된다. 손님은 줄지 않았으며 시간당 수입은 평균 200만 아데나 늘어났다. 사냥을 통해서 벌 수 있는 수입이 시간당 2만아데나 였으니 소득이 100배로 증가했다.
(리니지의 아데나는 현금으로 거래가 가능했으며, 2006년 당시 200만 아데나는 우리 돈 3만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근로소득 시급은 3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도박장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잃지 않는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이 넘는 승률의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으며, 청산당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베팅금액을 설정했다. 그리고 손님이 보유한 모든 재산이 나에게 올 때까지 지속해서 도박을 이어 나갔다.
도박과 닮아있는 주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상향 하는 종목을 선택하고,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분할매수 해야 한다. 그리고 복리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어쨌든, 사냥이라는 근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도박투자에 활용함으로써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형태의 도박은 불법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주식투자는 합법이다. 내 투자수익이 늘어난다고 해서 누군가가 파산하는 구조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