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 Carr와 이동진

생각을 말로 완성하는 사람들

by 류연X

지방에 있는 회사로 내려 오면서 운전을 참 많이 하게 됐다.

출퇴근 시간만 해도 매일 1시간 이상이고, 일주일에 1-2번 서울을 다녀올 때면 4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게 되다 보니, 오늘은 차 안에서 무엇을 들으며 갈지가 매일의 고민 포인트다.


운전을 하려면 눈으로 볼 수는 없고 귀로 듣기밖에 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말을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골라 듣게 된다.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건 '말'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말은 듣다 보면, 기억에 남지도 않고 금세 다른 생각에 빠져든 나 자신을 발견하기 일쑤인 반면,

어떤 사람의 말은 그 내용이 명료하게 전달이 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 문장 한 문장 귀기울여 듣게 된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유튜브를 자주 듣는데,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Jimmy Carr와 한국의 평론가 이동진이다.

한 명은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하고, 한 명은 스크린 밖에서 의미를 해석하는 일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순히 '좋다'를 넘어 '이 사람처럼 말을 잘하고 싶다'로 생각이 귀결될 때가 많아서, 이들의 어떤 점을 내가 이리도 선망하는 걸까 생각하다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생각을 가진 사람

이 둘은 대부분의 질문과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건 그 답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스스로 생각해본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나 영화 또는 유명인의 말과 경험을 인용하더라도,

그에 대해 누군가의 생각을 빌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정리한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언어로 만드는 사람


하지만 내가 진짜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은 한다.


그러나 생각을 ‘말’로, ‘문장’으로, 그리고 ‘구조’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Jimmy Carr의 농담은 짧지만 정교하다.
불필요한 단어는 하나도 없고, 마지막 한 줄의 펀치라인이 모든 것을 뒤집는다.


이동진의 문장은 그와 반대의 방향으로 완성된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각 지점에 정확하게 필요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논리적으로 밀고 나간다.


둘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정확히 담아 내는 고급 어휘를 사용하고, 그 단어들을 결론까지 가져가는 '구조', 소위 말하는 '빌드업'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청자는 이들이 내뱉는 문장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위트와 세련미, 그리고 그보다 이전의 것


Jimmy Carr는 생각 위에 '위트'를 얹고,

이동진은 생각 위에 '세련미'를 얹는다.


그러나 관객들이 이들의 메시지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가 있거나, 어휘와 문장이 수려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건 아마도 오랜 시간 읽고, 생각하고, 사유해온 사람만이 가져온 밀도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의 기반에는 공통된 것이 깔려 있다.


다독, 사유, 그리고 정리.


이 과정을 수만번 반복해온 사람만이 저런 방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선망하는 것


그래서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사실 단순한 것 같다.


그저 웃기거나,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그것을 구조화된 언어로 완성하는 사람이어서다.


나는 그런 모습을 선망한다.


Never refuse the muse. Try just little and often.


최근 Jimmy Carr와 관객의 대담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어서, 스크립트를 다운로드 받아 메모 해둔게 있다.


관객:

Where do you get your inspiration for your jokes from?


Jimmy:

I just, I never refuse the muse.

I write everything down. And at the end of the show, I try new jokes.

It's just little and often. Don't wait for it. Inspiration is for amateurs. Last of us go to work.



영감이 떠오르면 적고, 자주, 계속 시도한다는 이 '프로'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나는 아직 저들처럼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생각을 끝까지 글로 써보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자주,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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