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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n 18. 2024

어제보다 높은 곳에서


하루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간다. 어제의 속도와 오늘의 속도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고유한 박자는 박자 그대로의 의미가 있기에. 어제는 모든 걸 망쳤다는 자괴감에 괴로웠는데, 오늘은 너무도 많은 일을 했다는 충족감에 만족감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심한 인간이 제법 쓸만한 인간이 되는 매직. 하룻밤 사이에.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는 말은 거짓말일지 몰라도 나아진다는 건 사실이다. 좋은 꿈 꾸라는 사람만큼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꿈조차 무게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의 당부. 어제는 그 사람의 마음에 기대어 마음껏 잤다. 마음껏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는 가운데 잘 자는 일은 잘 사는 일만큼 귀한 것이었다. 삶은 얼마나 많은 말을 앓고 삼켜서 이루어질까. 돌아보며 오늘 하루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좋은 말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해가 지던 때에는 스레드에 나약한 소리를 써서 올렸다. 그랬더니 몇몇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좋은 말을 남겨주었다. 짧거나 길거나 모두가 같은 좋음. 가끔 그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댓글을 보면서도 내가 보는 것이 맞는지 믿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아직도 이처럼 선한 사람들이 있다니. 이 사실을 이리도 기적처럼 받아들이다니. 내가 있는 세상을 둘러보는 시간. 어디까지 아래이고 얼마나 어두웠는지를 알아채는 시간. 삭막한 풍경 속에서 딛고 올라설 만한 모서리를 발견한다. 모난 돌이 있어 상승할 수 있다. 상승. 어제보다 높은 곳으로. 오늘의 계단은 말로 만들어졌다. 높은 곳에 올라가 새롭게 살게 된다면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텅텅 빈 가슴에 좋은 말을 채워놓았다가 누구에게든 꺼내줄 것이다. 차별 없이 다 들어와. 아무나 다. 근데 몰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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