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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Nov 09. 2023

출판사의 제안, 기획출판(두 번째 책 계약)

시도하지 않았으면 마주치지 못했을 기회

먼저 너에게 주어진 길을 가라. 그 길 끝에서 너는  다른 시작을 만나게 되리라.
-김종원


2021년 12월, 꿈에 그리던 첫 책 계약 후,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출판사 편집장님이 기획하고 있던 책의 저자를 찾던 중, 투고 메일을 받고 역제안을 하신 것이다. 에세이 원고는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서 계약을 진행할 수 없고 다른 기획의 책을 집필해 줄 수 있느냐는 의사타진을 해 오셨다. 마침 10년 이상의 현장 경력을 가진 고등학교 영어 교사 저자를 찾고 있 이라  타이밍이었다.


영광스럽게도 출판사로부터 집필 의뢰를  번째 받은 셈이다. 첫 번째 상황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첫 원고 타출판사와 출간 계이 되어 심적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할까. 먼젓번 보다 규모 있는 출판 기획출판 제안에 처음에는 황송함에 마음 두근거렸다. 선뜻 "예스!" 하지는 못했지만. 


에세이 나의 이야기를  쓰면 되는 비교적 부담이 덜한 장르인 반면,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학부모 교육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편집장님통화 후, 학부모 교육서의 시리즈물인 첫 책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책을 보니 섣불리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감히'라는 생각에 설렘만 고이 간직하려 했다. 그런데...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한다고 해야지요! 출판사에서 먼저 의뢰를 받다니,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예요. 게다가 출판사도 유명하고! 나 같으면 무조건 한다. 한다고 말하세요!"


작가님께서 강하게 권하신다. 편한 삶을 사느냐, 도전을 해볼 것이냐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시도해 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다. 남들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회라는데 두 번이나 거부하는 것도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출처 없는 정의감 문제였다. 투고의 길 끝에서 운 좋게도 새로운 길을 만난 것, 이 또한 운명이리라 생각하며 감사 반응했다. 편집장님은 나의 긍정적인 결정에 뜻밖이라는 놀라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현해 주셨다. 통화 시 집필을 주저하는 티를 너무 냈 모양이다.




출판사 기획 출간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계약 진행

[2단계] 집필 방향에 대한 논의

[3단계] 목차 구성

[4단계] 목차 확정 후 샘플 원고 한 꼭지 집필

[5단] 샘플 원고에서 전반적인 톤 조절 후 원고 집필 진행


출판사에서 전자 계약을 진행하였고 재직 증명서까지 요구한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출간 계약 과정을 경험하며 신기했다.

일단, 목차부터 짜야했다. 한 달을 꼬박 고민했고, 목차와 프롤로그 샘플 원고를 편집장님께 보냈다. 추가로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을 피드백받고, 프롤로그의 어조와 톤이 좋다며 그대로 써달라고 하다.


한 순간의 결정에 6개월 동안 무거운 부담감의 짐을 져야 했다. 원고 작업을 하면 할수록 매번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턱턱 막혔다. 수많은 책과 논문과 통계 자료 등을 찾고 읽고 증빙하 지난한 과정 속에 지력, 시간,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 들었다. '편하게 살걸...' 왜 고생을 자했는지 후회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상황을 물릴 수도 없었다. 이미 다 써버린 계약금과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자책의 시궁창에서 유일하게 나를 건진 것은 이른 아침 매시간 꾸역꾸역 책상 앞에 앉는 엉덩이의 힘이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육아를 하며 유일하게 허락된 집필 시간 새벽이었다. 6개월이라는 집필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기상 시간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다. 책이 실물로 나오면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를 악물고 원고마감 기한을 지켜냈다. 그리고, 7개월 후,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집필 시작 시점에서 출간 시점까지 꼬박 1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감격의 눈물 흐르진 않았다. 너무 마음이 달궈져 바싹 말라버린 걸까. 그저 끝까지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마음이 벅찼다.


어떤 경험이든 확장성이 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 시간들이 앞으로 글 쓰는 나의 인생에 확장을 선사해 줄 마중물이 되었음을 나중에달았다. 모든 경험은 쓸모 있다. 힘들더라도 온전히 통과한 경험만이 남는다. 지금 울퉁불퉁한 길을 걷더라도 평생 그러지 않는다. 언젠가는 끝난다는 믿음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자. 평평하고 순탄한 길을 만나는 날이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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