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낭만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

제주도로 이사했다.

by Blair

나는 비행기를 타고 이사 간다. 대망의 이사하는 날! 아침 일찍 서울에서 이사 짐을 보내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우리의 짐은 배를 타고 내일 제주도에 도착할 것이다. 빠르게 끝난 이사 덕분에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너무도 일렀고,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입도하였다.




아뿔싸! 비가 온다!




어쩐지 비행기가 많이도 흔들렸다. 휴,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이 아니라 내일 제주로 이삿짐이 도착하는 까닭이다. 지난달 우리가 제주도에 와서 집을 알아볼 때는 정말 날씨 운이 좋았었다. 낮엔 해가 쨍쨍해서 그 어느 집을 보러 가도 '예쁘게'만 보였다. 그러나 밤엔 폭우처럼 쏟아졌다. 덕분에 매일 아침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쾌적했다. 그런데 오늘 비라니! 그래 이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단지 그때 날씨 운이 도와주었던 것뿐이다.








공항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정말 길었다. 비가 와서일까? 아니면 다들 택시 이용이 편해서였을까? 가까스로 택시를 탔는데 제주시내를 빠져나오는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게다가 택시 아저씨는 왜 화가 나 있을까?



비 오는 날, 화가 난 택시를 타고 우린 길을 잃었다. 거의 도착 마지막 길에서 왼쪽 / 오른쪽을 잘못 들어서서는 길을 잃었다. 길을 잃어버린 건 택시 아저씨인데 더욱 투덜거리며 보이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화를 참고 또 참았다. 평소였으면 어림도 없을 일인데 새 집으로 들어오는 첫날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결국 우린 오던 길을 돌아 나와 간신히 집을 찾았고, 집은 불이 다 꺼진 상태로 우리를 맞이했다. 부슬부슬 오는 비에 깜깜한 바닥, 간신히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바닥을 보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집주인이 미리내준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눌러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현관 바닥이 꽤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휴...




드디어 우리 집 도착!!



그러나! 불을 탁 켜는 순간 (여긴 왜 이렇게 조명 스위치가 많은 거야..ㅠㅠ) 옛날에 빠바 밤밤 밤~ 하고 노래가 흐르던 '러브하우스'이다! 와 집 진짜 넓다. 집 내부가 산장 느낌인데 알록달록 칠을 해 놓아서 참 예뻐 보이기도 하다. 내가 구한 그 집 맞지? 집을 구하러 왔을 때와는 딴판이다. 잘 정리 정돈된 깨끗한 집.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집주인이 미리 내려와 싹 청소를 해주고 떠나셨나 보다. 감사하기도 하지.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된 거야?







내 인생 정말 모르겠다. 서울 한복판에 살던 내가 오늘부터 제주도에서 살게 되다니! 집은 넓고, 아직 7시밖에 안 됐는데 밖은 칠흑같이 어둡고 사방이 고요하다. 먼저 환기라도 시키자. 잠시 창문을 열어놓았다. 주택은 벌레가 많다고 해서 창문을 여는 것조차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벌레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열린 창문 사이 앞으로 와서 얌전히 앉아있다. 하얀 베이스에 검정 얼룩 그리고 뚱뚱한 고양이. '넌 누구야'의 표정으로 우리를 한참을 지켜보고 있다. '이 집에 살던 원래 주인은 어디 갔어?'라는 표정의 고양이는 그렇게 한참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돌아갔다. 고양이에게 경계당하는 새 집주인이라니. 암튼 귀여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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