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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27. 2023

살금살금 어느새 꽉 차버린

아이의 학교 새 학기 준비물로 양치컵과 칫솔, 치약이 필요했다. 그 세 가지는 매년 사면서도 여태까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나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재작년에 유치원 준비물로 양치컵을 급하게 사느라 인터넷에서 4개 묶음을 샀다. 그때 2개를 사용고 이번에 2개를 사용하면서 양치컵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 4개를 한꺼번에 샀더니 것을 모두 쓰는 기간은 무려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까 무려 1년의 시간 동안 2개의 양치컵은 우리 집 서랍장에 고이고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반면에 칫솔은 인터넷으로 6개 묶음 사는 것도 찮았다. 양치를 하루에 세 번하니 칫솔모가 벌어지는 간격이 짧아 많이 사도(보통 6개 묶음) 금방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치약은 그동안 계속 낱개로 샀는데 생각보다 자주 주문하게 된다. 보통 아이 치약은 마트나 약국에서 사면 한 개에 2000~5000원 선인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훨씬 저렴하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다 보면 최소 주문 비용이 있어서 그것에 맞춰 사다 보니, 2천 원짜리 치약을 2만 원에 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얼마 전 집에서 사용하던 아이 치약을 거의 다 사용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치약을 새것을 가져가야 했다. 한 번에 치약 2개가 필요했다. 그래서 혹했다. 인터넷에 치약이 무려 6개 묶음이 팔고 있었는데 낱개 가격이 정말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낱개로 2000원짜리 치약을 인터넷에서는 1300원이면 살 수 있달까? 한 개만 사는 것이면 6개 묶음을 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번엔 2개가 한꺼번에 필요했고, 남은 4개로 올해 일 년은 더 이상 치약을 사지 않아도 되니까 합리화하면서 주문하게 되었다.



아이 치약을 매번 한 개씩 낱개로 사다가 6개나 사게 되니 택배가 도착했을 때는 양이 많다고 느껴졌다. 그중에 2개를  사용했고 4개가 남았다. 남은 4개의 치약을 서랍장에 넣으려고 열었다. 그런데 그동안 조금 더 저렴하다고 사두었던 혹은 1+1으로 사두었던 핸드워시, 아이로션, 선물 받은 화장품들서랍장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전부터 '물건을 절대로 사재기하지 말자'라고 굳게 다짐했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서랍장은 꽉 차 있었다. 분명 꾸준히 계속 사용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게다가 겨우 한 두 개씩 더 사서 넣어놓았던 것들이긴 했지만, 그것들이 모여 서랍장 가득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보니 숨이 막혔다.



분명 작년 내내 보관되어 있던 양치컵을 보며 '언제 다 사용하지?' 하며 답답해했으면서  이번에 6개 묶음 치약을 사서  4개나 서랍장에 넣어놓으면서도 또 후회하고 있다. 나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바보다.





가득가득 서랍장, 팬트리 이젠 싫다.





물론 때때로 넉넉히 사둬서 좋은 것들도 있다. 자주 먹는 식료품은 물건과 다르게 조금 더 사놓는 편이긴 하다. 몇 달을 보관할 일 전혀 없고 빠르면 일주일, 적어도 2~3주 내로 소비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것을 비상식량이라고 부른다. 물론 티브이에 나온 어느 연예인처럼 꽉꽉,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해놓지는 않고 정말 한두 개씩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해 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다. 예를 들면 누룽지, 파스타, 라면, 죽 등은 아이가 자주 찾기도 하고, 어른들도 때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한두 개 추가해 넉넉하게 사놓고 있다. 이전에 경험해 본 결과 당장 없어서 마트를 사러 가는 것보다 약간 여유 있게 구비해 놓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처럼 세 명이 가족으로 사는 그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딱 한 개씩만 사놓고 쓴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지가 떨어질 즈음 바로 사다 놓는다고 한다. 그는 집 앞 마트를 개인 팬트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연히 두루마리 화장지는 30개씩 묶음으로 되어있는 것을 사다 놓고 쓰는지 알던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대단하다 생각되었다. 마트를 개인 팬트리라고 생각하는 이야말로 진정한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꽉 찬 서랍장과 팬트리를 보면 배가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미니멀 리스트로 살고자 하면서도 여전히 알게 모르게 계속 반복되어 서랍장을 채웠던 행동을 그만둬야 될 때라고 생각했다. 나도 앞으로는 대형마트를 내 서랍장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엄청 거대하겠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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