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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30. 2023

소비는 끝이 없지

항상 찻잔 브랜드를 확인하는 사람

제주에 살면서는 매주마다 새로운 카페를 찾아간다. 이곳은 워낙 카페도 많고, 뷰 좋은 곳도, 인테리어가 예쁜 곳도 커피가 맛있는 곳도 넘치니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카페에 가면 커피 맛이 어떨지 모르니 그곳의 시그니처 음료를 마셔보려고 노력한다. 보통 카페들은 그들의 시그니처를 주력으로 만드니까 실패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카페의 위치나 인테리어도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미리 열심히 검색을 해본 후에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가는 것이다. 멋진 카페 뷰를 가지거나, 료 사진이 잘 나오는 인스타 감성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진만 찍을 것은 아니니 당연히 커피맛은 기본 이상은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나에겐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바로 커피가 담겨있는 찻잔이다. 마음에 쏙 드는 찻잔에 커피가 담겨 나오면 커피가 두배로 맛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사진이 잘 나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솔직히 대충 아무 찻잔에 커피를 마실 거면 집에서 캡슐커피만 내려서 마셔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굳이 카페에 찾아가는 것은 이런 이유도 포함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카페를 가는 기준은 커피의 맛이 50%, 인테리어 30%, 찻잔이 20%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맛있는 커피 100%를 원할 때는 스타벅스에 가서 그 커피를 주문해 마시거,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 훌륭한 그 카페에 가면 확실하다.







이번주 새로간 어느 제주 카페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먼저 사진부터 찍는다. 그리고 한 모금을 마신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찻잔이라면 잔을 들어 바닥을 살펴본다. 그러면 백이면 백 찻잔 브랜드 이름이 그곳에 적혀있다.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들어오는 찻잔이면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본다. 검색을 하다 보면 그 찻잔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찻잔 브랜드의 다른 찻잔, 또 비슷한 브랜드의 찻잔까지 모두 살펴보게 된다. 그렇게 한참을 찻잔을 구경하고 있다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정신 차린다. 이러다 보면 때론 커피를 마시러 온 건지, 찻잔을 구경하러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오래전부터 갖고 싶은 빈티지 찻잔이 있다. 워낙 유명해서 찻잔에 관심이 있다면 많이들 소장하고 있. 바로 아라비아 핀란드의 찻잔이다. 원래 빈티지 제품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이것은 왜 이렇게 갖고 싶은지 모르겠다. 1970s에 만들어진 'Ruija' 'kirshikka' 등이(종류가 더 많다) 탐이 난다. 빈티지 찻잔답게 분위기 , 오래된 세월만큼 고고해 보이기까지 하는 찻잔이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찻잔에 커피를 담아 마시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하는 그런 상상이 자꾸만 드니 또 갖고 싶을 수밖에!





Arabia Finland - Vintage Tea Cup






사실 갖고 싶은 찻잔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저 빈티지 찻잔이 갖고 싶은 잔의 가장 높은 순위에 있어서 소개한 것이지 언제나 그릇이나 잔은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수시로 샘솟는다.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찻잔이라면 기회를 엿보다 구매했다. 충동적으로 산 컵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하루에 컵을 최소 5개는 사용하는 나에게 잔은 어떤 것보다 중요했으니까. 커피도 물도 차도 술도 마셔야 하니까. 그때그때마다 닦아서 바로 다시 사용해도 될 법 한데, 가뜩이나 설거지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데 매번 컵을 씻어가며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많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집에 이 많도 계속 사용하니까, 마실 것마다 다른 잔이 필요하니까 라는 핑계로 계속 구매했었다. 그리고 왠지 그릇은 종류, 사이즈, 몇 가지를 구입해 구색을 맞춰야 했지만 컵은 한 개, 두 개만 구매해도 되니까 사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 마침 가격도 사이즈도 사 적당했으니까.





의외로 이런 평소엔 심플한 찻잔을 선호한다.





오늘도 숭늉을 넣어 마시는 컵, 물을 마시는 컵,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는 찻잔, 드립커피를 마시는 찻잔, 차를 마시는 잔을 모두 다르게 사용다. 그러나 이것도 점점 줄여가야지 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마음에 드는 찻잔은 새로 생기는 법이니까, 갖고 싶다고 다 사서 이고 지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니까 인터넷 검색까지만 하기로 한다. 그렇게 구경하다가 홧김에 구매하면 어떻게 하냐고? 당분간제주오는 배송비가 비싸서 그럴 리가 없다.








그동안 물건을 소유할 때마다 '이것만 사면 진짜 끝이야'라는 말을 수 천 번 했다. 지난번 봄 옷을 사면서도, 그전 겨울 옷을 사면서, 지난번 그릇을 사고 컵을 사면서도 똑같 생각했다. 그러나 소비에는 끝이 없었다. 이 찻잔을 사는 즉시 다른 찻잔을 사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갖고 싶은 찻잔이 생겨도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마음속에 들어있었던 적이 없던 것처럼 우연히 잊힐, 조용히 사라질 날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여전히 소유욕이 넘치는 사람이라 힘이 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 소유욕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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