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행하던 아이섀도우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던지 나조차 알게 되었고, 속는 셈 치고 구매해 봤다. 직접 사용해 보니 많은 이들이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무난한 컬러인 데다, 발색력도 좋았고, 꾸안꾸 화장할 때 딱이었다. 마침 친구 생일이 다가오길래 똑같은 제품을 선물했다. 인터넷 배송으로 선물을 받은 친구에게 써보니 어떻냐 한번 묻고는 그 이후로는 물어볼 일이 없었다. 어쨌든 나는 친구에게 선물한 이후로도 쭉 그 아이섀도우로만 화장을 했다. 말이 화장이지, 특히 코로나 시기에 화장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선크림 바르고 눈이 허전할 때 쓱쓱 발라주기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의 생일이 다가와 얘기를 나누다가 그때 선물했던 아이섀도우 얘길 꺼냈다. 이번에 알게 된 새로운 아이섀도우가 있어서 친구에게도 선물해줄까 싶어, 그의 의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 이번에 새로운 아이섀도우 사보려고, 지난번 꺼 여태 쓰고 있어! 그 아이섀도우 어땠어?" "아니, 그걸 아직도 쓰고 있어? 나는 진작 다 썼는데?" 친구는 내가 선물해 줬던 아이섀도우를 이미 오래전에 다 사용했다고 했다.
내가 가진 아이섀도우는 여전히 1/3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했던 것 같은데 친구말대로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싱글 아이섀도우라 크지 않은 사이즈인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오래 쓴다 싶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화장품의 개수가 1/3 정도로 줄었다. 원래도 그렇게 많은 화장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이를 낳고 난 후에는 정말 최소한의 화장을 하고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3번의 이사를 거치며, 제주에 오면서는 더 줄였다. 기초를 제외하고 선크림 2개, 쿠션팩트 1, 파운데이션 1 그리고 아이섀도우가 3개(싱글 2, 종합 1)고, 블러셔, 하이라이터가 한 개씩 있다. 그리고 립스틱은 2개 가지고 있다. 사실 이 중에 블러셔와 하이라이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정말 특별한 날을 위해 계속 가지고 있는데, 곧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고민은 화장품을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을 사면 정말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러 아끼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아무리 사용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얼마나 작은지(?) 어찌나 오래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화장품을 소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재작년 10월쯤 제주에 친구가 놀러 오면서 사다 준 수면팩이 있다. 고작 60ml의 수면팩이다. 그때 오픈해서는 중간 여름즈음 얼굴이 조금 답답해서 쉬다가 다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1/5 가량이 남았다. 분명 거의 매일 저녁마다 바르고 잠들었는데, 어째서 아직도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엔 화장품 용기마다 오픈한 날짜를 적어놓는다.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있더라도 오픈한 지 1년 내로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권장사항). 여러 번 유통기한을 넘겨버린 이후로는 조금 더 양을 많이, 그리고 부지런하게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요즘 거의 들이부다시피 해서 사용하는 화장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킨이다. 지난 10월에 오픈한 스킨을 화장솜에 듬뿍 적셔서 사용하는데도 아직도 절반이 남아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화장품 한 개를 1년 안에 다 쓰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화장품마다 오픈한 날짜를 적어 놓기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화장품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킨, 로션을 사용했고, 비타민c 부스터 3개 들이 세트를 선물로 받아 요긴하게 사용했고, 선물 받았던 수면팩에 작은 사이즈 수면팩과 비타민c세럼이 샘플로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최근에 각질제거제를 끝까지 사용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클렌징 오일은 도저히 끝까지 사용할 수 없어서 버리기도 했다. 특히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선크림인데 남편이 늘 1+1으로 사서 나눠주는 것을 사용한다.
때마다 꼭 챙겨사는 화장품이 있는데 바로 마스크팩과 클렌징 티슈이다. 그런데 지난번 친구가 제주에 올 때 마스크팩을 선물을 해주고 갔다. 마스크팩을 선물로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필요했던 터라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에 친구로부터 생일 선물로 각질제거제 겸용 클렌징을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 클렌징 티슈도 당분간은 필요 없게 되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엄마가 화장품을 홈쇼핑으로 사셨다고 했다. 종류별로 화장품이 많이 왔다며 그중에 필요한 것을 가지라길래 세럼과 나이트 크림을 가져왔다.
게다가 곧 떨어질 것 만 같은 쿠션팩트도 선물 받았다. 원래 마스크를 써서 선크림만 바르고 다녔는데, 최근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다시 화장품이 필요했다. 그런데 생일선물로 딱 받으니 얼마나 좋던지! 마침 1+1 제품이라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어 더 기분이 좋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화장품은 선물 받고, 나눔 받은 것으로만 살고 있다. 그래서 올해에도 전혀 화장품을 살길이 없다. 이럴 때는 내가 코덕이(코스메틱 덕후)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세계에는 하늘아래 같은 컬러는 없으며, 깐깐하게 얼굴에 맞는 화장품을 고를 테니, 이렇게 화장품을 사지 않으면서는 못 살 테니까. 그러나 나는 정말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는 데에 비해 화장품엔 관심이 제로다. 그래서 대충 사용한다. 이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도 최소한의 화장으로 충분하다. 마스크를 벗게 되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익숙해지니 괜찮다. 어릴 때는 신중하게 화장품을 선택해야 할 정도로 피부가 예민하고는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아무 화장품이나 써도 더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니 또 다행이다.
작년에 화장품을 한 번도 살길이 없었으니 올해는 화장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떨어질세라 넘치게 채워진다. 작년에도 올해도 화장품 복이 넘치는 기분이 든다. 올해도 가진 화장품으로 열심히 지내봐야겠다. 특히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고 다 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