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후회
복권에 당첨됐다. 나 말고 친구가.
1등이 아니다. 3등이다.
아까비! 1등과 숫자 하나만 다르다.
친구가 밥 사 줄 테니 저녁에 만나자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으니 기꺼이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데 난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기뻐하기엔 너무 아쉬웠고 슬퍼하기엔 친구의 표정이 너무 밝다.
아 한 끗 차인데 너무 아쉽지 않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난 너무 아쉬워 잠도 안 올 것 같은데 친구는 참 대범하다.
친구는 정말 괜찮을 걸까? 아니면 괜찮은 척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우리는 보통 금, 은, 동 순서로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비교했더니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동메달의 만족도가 은메달보다 높게 나왔다.
2등은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쳐 아쉬움이 컸고, 3등은 가까스로 노메달을 면하게 되어 만족도가 올라간 것이다.
사람들은 큰 차이로 실패했을 때보다 간발의 차이로 실패를 했을 때 훨씬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이를 ’간발효과(Nearness Effect)‘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간발효과’는 왜 나타나는 걸까?
이유는 인간의 만족도가 객관적 성취의 순서가 아니라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를 통한 가상의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후가정사고란 ‘만약 … 했다면 … 했을 텐데’ 혹은 ‘만약 … 하지 않았다면 … 했을 텐데’와 같은 가상의 대안들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만약 그때 비트코인을 샀었더라면 부자가 됐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연구에 의하면 2등은 ‘만약 조금 더 잘했다면 1등을 했을 텐데’라는 ‘상향식 사후가정사고’를 했기 때문에 큰 실망을 한 것이다. (간발효과)
그러나 3등은 ‘만약 조금만 더 못했더라면 메달을 못 땄을 텐데’라는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를 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절대적이지 않다.
최근 연구에서는 2등과 3등의 만족도에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변화된 여러 가치관들이 만족도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리고 2등이 동메달을 딴 3등처럼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를 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내 친구의 초연함도 ‘하향식 사후가정사고’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만족감(혹은 아쉬움)은 어느 곳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더 나은 결과를 상상하고 더 잘 나가는 타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면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더 높은 곳을 바라는 ‘상향식 사후가정사고’가 나쁘기만 하진 않다고 한다.
‘상향식 사후가정사고’가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재에 대한 아쉬움이 미래를 더 철저히 대비하게 하고 그로 인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도대체 어느 곳을 봐야 하나?
아래를 보면 만족감은 올라가는데 발전이 없고
위를 보면 후회가 찾아오지만 발전을 할 수 있다.
쉽지 않다!
요즘 너무 위만 봤더니 목이 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