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

쿠팡과 화상들

by 분의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요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시끄럽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과거 근로자 사망사고와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논란까지 사태는 커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꽤 의연해 보인다.

김범석 의장의 국정감사 불출석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엉성한 보상방안에 국민들은 꽤 실망하는 듯하다.


쿠팡 입장도 일부 이해는 간다.

과거처럼 정치권에 휘둘리는 순간 경영은 꼬이고, 예측 불가능한 배상 소송이 줄줄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가 저런 대담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 미국기업이라는 이유 외에도 근저에 흐르는 자신감의 근거는 명확하다.

‘쿠팡 안 쓰면 너희가 뭘 쓸 건데?’

그렇다.

우린 당장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독과점 기업 만드는 법


쿠팡이 독과점 기업이 된 방법은 단순하다.

십여 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가격 전쟁을 벌였다.

경쟁사들이 하나둘 쓰러졌고, 마침내 홀로 남았다.

이제 가격을 올려도 괜찮다.

새 경쟁자가 물류 인프라 구축하려면 천문학적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니까.

사실 이건 거의 모든 대기업의 전략이다.

자본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 화교들이 해외 상권 장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국 잡화 시장, 유럽 작은 식당과 슈퍼마켓, 남미 의류·잡화 도매. 전부 같은 방식으로 점령당했다.

막대한 자본 필요한 이 전략이, 화교들에겐 가능했다.


화교의 생존법


얼마 전 만난 미국의 화교가 한국 직장인 초봉을 물었다.

3천 정도 될 거 같다고 말하니, 꽤 괜찮다고 그가 말했다.

내가 “미국은 어때요? “하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미국도 살 만해요. 기본급도 높고 저는 장사를 하니 좀 더 벌어요. 그리고 아껴 쓰면 돈 모을 수 있죠. 물가는 높지만 중국인은 아끼니까요.”

그런 화교들 많이 봤다.

누추한 집에 살고, 먹는 것도 아낀다.

그렇게 버틴다.

그게 그들의 경쟁력이다.

(우리 교포들도 초기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 시기 지난 듯하다)


여기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 만드는 나라다.

일부 지역의 인건비는 올랐지만 여전히 싼 내륙 지역 많다.

심지어 단순 제조품은 죄수들한테 생산 위탁해서 인건비 줄이기도 한다.

제품 자체에 이미 가격 경쟁력 있다.

중국은 계속 생산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이 창출된다.

그렇게 저렴한 제품들이 마구 쏟아진다.


한편 국가는 수출 기업을 지원한다.

수출 장려금 같은 보조금을 주고 때론 그 대가로 수출 할당량을 부여한다.

그 해 할당량을 채워야 다음 연도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외상으로라도 수출해야 한다.

심지어 자신의 할당량을 다른 작은 기업에 전가시켜 수출량을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수출해야 하는 공장과 수입해야 하는 화상들. 환상의 콜라보가 일어난다.

남미에선 얼마 전까지 보따리장수 하던 중국인이 컨테이너로 물건을 들여와 한 순간에 부자가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아무나 그럴 순 없다.

대부분 중국 내 친척의 공장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온다.


독점 전략의 완성형: 희토류


이런 독점 전략의 최고봉은 중국 정부가 보여줬다.

바로 ‘희토류’다.

희토류 독점화는 40년 전 덩샤오핑 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최대 생산국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 단가가 올라가고 환경 문제 인식이 확산됐다.

그 틈을 타 중국은 생산 단가 계속 낮췄다.

저렴한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환경 인식? 그딴 건 없었다.


미국 희토류 공장들 문 닫았고, 지금은 전 세계 생산량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한다.

이제 와서 미국이 다시 생산한다 해도 단가 맞추기 거의 불가능하다.

환경 문제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미국 기업이라도 비싼 희토류 쓸 순 없다. 가격은 제품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대체불가능한 존재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선의만을 바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독과점 방지법등이 있지만 그것이 자본(경쟁)의 섭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앞으론 거대 독점 기업과 정부의 패권전쟁도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