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비메탈은 정신 건강에 좋다 >
고요하다.
이제는 익숙한 듯, 에어팟을 꾹- 눌러준다.
앞 셀, 만년 이대리가 또 꾸중을 듣고 있다.
또 자료에 오타가 들어갔나 보다.
] 아휴..
부장님의 주름 하나하나까지 관찰하던 중, 시선이 내게로 온다.
] 이크
황급히 노래를 끄고 에어팟을 벗어 데스크 밑으로 숨긴다.
내가 훌륭한 부하 직원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고깃집의 미란다 같은 존재다. 있든 없든 아쉽지 않은.
} 어, 11시에 회의시간인 거 다들 알지. 다들 내가 말했던 자료 챙겨서 시간 맞춰서 오세요.
벌써부터 화가 난다. 꼴리는 데로 회의를 잡네. 해야 할 일은 산더민데.
퇴근시간에는 끝없는 관대함을 바라면서, " 지가 만족할 만한 " 자료들은 시간이 항상 촉박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화가 많아졌을까.
또다시, Linkin Park를 튼다.
퇴근길, 출근길, 지하철 안 혹은 자동차 안
우리는 모두 고요 속에서 시끄러움을 찾는다.
머릿속을 비우게 하기 위함인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기 위함인지는 진즉에 잊어버린 지 오래다.
부장님이 안타까워 보이기 시작할 때 즈음, 진정한 직장 생활이 시작된다.
육아 휴직을 앞둔 성 과장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꼭 아무 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말들은 불현듯, 영화처럼 떠오를까?
직장에는 진정한 악인도, 진정한 영웅도 없다.
밀고 끌어당기기의 싸움이며, 누군가에겐 커피 잘 사주는 착한 형이 될 수도, 시종일관 트집만 잡는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
] 훌훌 털어 새끼야.
손목 끝이 하얗게 바랜 부장님의 여름 정장이, 자리에 있는 가족사진이, 무성히 나있는 새치들이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아들임을 상기시켜 준다.
또 Linkin park의 노래를 튼다.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내 기분의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