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조그마한 어물전이 있다.
출근길에 오가며 지나치는 길에 위치한 어물전은 일찌감치 문을 열고 활기차게 장사를 시작한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는 지나칠 때마다 새로운 살 거리가 있나 힐끔거리다, 가끔씩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집은 종종 문어, 낙지, 갈치, 고등어 등을 구매하는 단골고객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던 어물전이 며칠이 지났는데도 문이 닫혀 있다.
가끔은 주인아저씨가 몸이 아파 며칠씩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 또 몸이 아프신가 했다.
문을 잠시 닫을 때는 휴가를 간다던지, 몸이 아프다던지 같은 장사하지 못하는 사유를 투박한 파란색 글씨로 하얀 종이에 또박또박 써서 유리문에 붙여 놓아 주인아저씨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록 사정 설명 없이 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을 보니, 오랜 기간 주인아저씨의 가족들이 서로 도와가며 일하던 어물전을 폐업하려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 주택가 골목의 조그마한 동네 가게든, 빌딩가 커다란 건물 내 화려한 가게든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 것 같다.
그들의 대부분을 걸었을 삶의 터전인 가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사라지고, 다시 다른 사람의 삶의 터전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정글 속 먹이사슬에 따라 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듯이, 사회 속 먹이사슬에 따라 가게와 기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겨울 찬바람이 코와 귀를 에이는 날. 어물전을 지나치며 느껴지는 가슴 먹먹함에 고개 돌려 어물전을 바라보지 못하고 급하게 걸음을 재촉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곳곳의 삶의 터전에 배어 있어 냄새를 풍긴다.
겨울의 찬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질이는 인간 군상들의 삶의 향기에 어물전 양옆으로 붙어있는 조그마한 가게들을 더욱 유심히 살펴본다.
길가에 과일들을 내어놓은 과일상, 상점 옆에 세워진 차들로 가끔씩 부아가 치밀곤 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다 이해해주고 싶다.
그들의 치열한 땀과 눈물들을 겨울바람에 노출된 나의 코를 통해 올라온 냄새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