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의 공백

해석하는 대화

by 리인

고향에 내려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다. 익숙한 얼굴들과 옛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줄 알았지만, 대화는 어딘가 모르게 끊겼고, 예상치 못한 긴 침묵이 흘렀다. 주제는 여전히 비슷했다. 함께했던 시절, 어릴 적 놀이, 그리고 각자의 일상. 그런데 예전처럼 웃고 떠드는 대신, 대화의 톤이 달라져 있었다. 말이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공백을 느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지만, 그 해석은 각기 다르다. 한 사람이 기억하는 순간은 다른 이의 기억과 미묘하게 어긋난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차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못할까? 왜 굳이 다른 시선에서 분석하려 드는 걸까?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세상은 단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세상과 대화마저 복잡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대화를 하며 느낀 또 다른 점은,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비유와 반어, 숨겨진 표현이 오히려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솔직하게 말해도 될 이야기들을 꼬아서 표현하며, 속뜻을 숨기려는 듯하다. ‘그냥’ 말하면 되는데, 왜 복잡하게 만들까? 그 솔직하지 않은 말들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간다.


어쩌면 이건 단순히 내가 자란 환경과 친구들이 걸어온 길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했고, 그 사이에 생긴 공백을 대화로 메우려 하지만, 메우기엔 너무 큰 차이가 느껴진다. 말 속에 담긴 힘과 그 안의 미묘한 긴장감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말 속의 진심과 대화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우리는 말로 마음을 나누지만, 그 말 속에는 해석되지 않는 진심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공백 속에서 우리는 진짜 대화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이, 그 숨겨진 공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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