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소중한 인연

by oj

수양딸로 삼은 예쁜 두 딸들이 있다. 아들만 키운 나로선 딸 키우는 재미를 모르다가 두 딸들을 만나면서 그 재미를 알게 됐다. 한 딸은 친구 딸이고 한 딸은 같은 교회 집사님 딸이다. 따로 알던 둘이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만남을 가진지 벌써 오래 전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친밀해졌고 이참에 수양딸로 삼자고 했다.

친구 딸과는 참 특별한 인연이다. 친구와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쌍둥이 두 아이들을 내게 수업을 맡기면서 학부모로 처음 만났다.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왔고 단아한 모습에 호감이 갔다. 원래 학부모들과는 괜히 불편해 친해지기 어려운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이란성 아들 딸 쌍둥이도 야무지며 여의바른데다 똑똑하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 수업을 하다가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수업을 끝내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자연스럽게 소식이 끊겼는데 어느 연락을 주셨다. 아이들이 빌려왔다가 돌려주지 못한 책도 줄 겸 만나자고 말이다.

반가운 마음에 점심 약속을 잡고 나갔다가 수척해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묻자 몇 해 전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이 끝나면서 살이 빠졌다고 했다. 지금은 괜찮다는 말에 안도하며 쾌유를 빌었다. 학부모였을 때보다 한층 편해져서 얘기가 더 잘 통했다. 책은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헤어졌는데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도 같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너무 두렵고 당황해서 궁금한 것을 전화로 물었다.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면서 너무 염려 말라며 안심시켰다. 다행히 1기였고 크기도 작아 예정된 날짜에 수술을 받았을 때 한달음에 병문안을 와주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어서인지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뒤부터 같은 나이인 우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항암 없이 방사선 치료만 하면 된다는 말에 나보다 더 기뻐해주었고 치료가 끝났을 땐 몸보신 해야 한다며 소갈비를 사주던 따뜻한 친구였다.

지인들과 좋은 곳을 다녀오면 꼭 함께 가자 하고 나 역시도 분위기 좋은 맛 집을 알게 되면 둘이 다시 찾아갔다. 그렇게 3년 정도 함께 시간 보냈는데 안타깝게도 재발된 친구가 투병하다가 너무 일찍 50세도 안된 나이에 떠나버린지 벌써 6주기가 된다. 재발 되었다는 소식에 함께 아파하며 다시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항암치료도 잘 견디며 삶의 의지가 강한 친구였다. 점점 수척해져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친구를 보며 가슴 먹먹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점심을 먹고 맛있길래 포장해서 전해주려고 전화 했다가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되어 엄마가 떠났다는 딸이 전해준 비보를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무슨 정신으로 갔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장례식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영정 사진을 보자마자 친구 딸을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고3인 쌍둥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엄마가 오랜 시간 고통 받는 것이 마음 아팠다며 이제 고통 받지 않으니 견뎌진다고 말했다. 맑은 웃음을 가진 모습이 엄마와 똑같이 닮아있었다. 모습도 말투도 행동도 마음까지도 말이다. 그런 딸을 두고 너무 빨리 허망하게 가버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장례를 치르고 몇 주 후에 큰 일 치르느라 고생했다며 쌍둥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장례식장에 같이 갔던 남편도 기꺼이 함께 했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우연히 친한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교회 집사님 딸과 친한 친구 사이인 걸 알았다. 우리 부부와 가까운 사이여서 다음에는 넷이 만나기로 하고 우리 만남은 그렇게 이어졌다.

대학 생활로 바쁘면서도 방학 때면 주말에 우리 부부와 점심도 먹고 카페도 다니면서 시간을 함께 했다. 어느 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친구가 떠나지 6년 되어가니 우리 만남도 6년째이다.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남편이 스테이크도 해주고 치맥을 하며 같이 영화도 보고 강화로 드라이브도 가고 오랜 시간 만나다 보니 수양딸이 되었다. 둘 다 우리 부부에겐 특별하고 정이 가는 들이다. 얼마나 밝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지 모른다.

한 딸은 대학에서 영어 신문 국장을 맡을 정도로 당차고 똑똑해 올해 졸업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유명 스포츠용품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고 친구 딸은 야무지고 조용한 성품이며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얼마 전엔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해서 넷이 밖에서 식사 자리를 가진 후 테이크아웃 커피와 휴지를 사서 다같이 집으로 갔다. 잘 정돈된 새 아파트에 어딘가에서 지켜보며 친구가 반갑게 맞아주는 것만 같았다. 이사하느라 힘들고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아빠를 도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딸이 너무 대견했다. 친구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기뻐하고 흐뭇했을까. 쌍둥이 외롭지 말라고 아빠가 사다주어 키운지 6년된 앵무새 또또도 말로만 듣다가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됐다. "안녕하세요"란 말에 너무 신기해 같이 웃었고 한 친구는 귀엽다며 눈을 떼지 못했다. 치킨과 떡볶이를 주문해 넷이 집들이까지 하고 오면서 그 날따라 친구가 왜 그렇게 떠오르고 보고 싶던지...

매번 느끼지만 서스름 없는 대화와 끊이지 않는 웃음 주는 딸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딸을 키운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느낀다. 우리 아들들에게는 만날 때마다 자랑을 늘어놓는다. 딸 만나러 간다고...그러자 친구 여친이 질투 아닌 질투를 했다는 말에 묘하게 기분좋아 딸들에게도 그 말을 전해주었다.

작년 겨울엔 1박2일 여행도 함께 갔다. 두 부모님 허락을 받고 휴양림 펜션에서 바베큐 된장찌개. 각종 쌈채소와 볶음밥까지 푸짐한 저녁과 과일을 먹고 설거지는 자기들이 한다며 손도 못대게 했다. 남편이 근사하게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와 휴양림 산책도 카페도 다녀오면서 함께 한 시간이 늘수록 정이 든 딸들에게 참 고맙다. 헤어질 때면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 딸들에게 그런 소리 말라며 나이든 우리랑 놀아주어 오히려 고맙다고 안아준다.

꼭 안아주며 헤어질 때면 내 품에 폭 안긴 친구 딸이 그냥 애틋하다.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다. 엄마 손길이 아직 필요한 이른 나이에 이별의 아픔을 겪어서 성숙해진 딸이 내 앞에선 응석도 투정도 부리기를 바란다.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좋은 결과도 기대하며 빨리 다정한 남자 친구도 만나 소개 받게 되기를 바라고 결혼하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쌍둥이 아들을 만난지는 한참 됐지만 소식은 계속 듣고 있어 마음으로 앞날을 응원한다.

최근 연휴가 길어 간먄에 집에서 치킨데이를 가졌다. 4시부터 10시까지 치맥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어진 대화는 매번 우리 부부를 따뜻하게 만든다. 첫 사회 생활의 고충. 연애 얘기. 우리 부부 결혼 스토리. 부모님과 친구. 동료 이야기 등 대화가 끝이 없었다. 야식으로 떡볶이와 남편표 샌드위치. 레몬에이드에 감동하자 언제든 해줄 수 있다며 말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친구 딸은 쿠키를 취업한 딸은 취업 후 첫 선물이라며 스포츠 의류까지. 오히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연말 모임을 정해놓고 대학원 합격 소식을 전하겠다고 약속한 친구 딸의 축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안아주면서 헤어졌다.

친구가 해야 할 몫을 조금이라도 해주고 싶고 친구를 다시 보는 것처럼 마냥 기다려지는 만남이다. 힘들 때마다 기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옆에서 격려하고 안아주면서 우리의 특별한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친구도 천국에서 잘 자란 쌍둥이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앞날을 응원하고 있겠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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