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음식을 잘 하는 두 남자가 있다. 요즘 남자들이 요리 잘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편스토랑이나 집밥 백선생 등 요리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삼시 세끼 등 예능에서도 요리 잘 하는 남자들이 대세이다. 요리 잘 하는 한 사람은 내 남편이고 한 사람은 친구 남편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만나 40년 지기 막역한 죽마고우로 결혼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으니 특별한 인연이다. 남편들끼리 친구들이다 보니 마음이 잘 맞는다지만 여자들끼리 더 친해지면서 더 가까워졌다.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성향도 비슷해 여행도 자주 다니는 친밀한 부부들이다.
우리 부부는 같은 교회에서 만나 결혼하고 한 부부는 사내 커플. 한 부부는 교회 동생이 사촌 누나를 남편 친구에게 소개하면서 결혼하였다. 한 부부는 남편 친구는 아니지만 부인이 내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우리 모임에 합류했다. 여자들 모임에 남편들이 모이면 꿔다 놓은 보리자루마냥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남자들 모임에 아내들이 모이면 여자들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친해진다. 거기에 우린 성격도 잘 맞고 취향까지 비슷해 남편들과 상관없이 부부 동반 모임 외에 따로 만나 동고동락 하는 사이가 되었다.
네 부부는 코로나 전까지 한두 달에 한 번씩 집에서 식사 모임을 가졌다. 집에서 식사 모임을 가지자고 했을 때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하고 단출하게 시작했다. 요리 못 하는 두 남자는 대신 뒷정리와 청소. 설거지를 돕는다. 집을 개방하고 음식 준비는 신경 쓰이지만 세 번 대접받고 한 번 초대하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이 기다려졌다. 주로 토요일 저녁 5시쯤 모여 식사하고 뒷정리를 서로 돕고 편안하게 과일과 차를 나누며 대화하다가 10시쯤 헤어진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지 모른다.
주변에서 참 특별하다며 부러워하는 모임이다. 네 부부가 오랫동안 모임을 지속된 데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을 함께 나눈 이유가 가장 크다. 음식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성인 8명에 아이들 6명까지 만만치 않은 식구임에도 늘 화기애애하다. 초대한 사람은 항상 신경 쓰여도 소박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요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헤어질 때면 마음이 훈훈하다.
요리를 잘 하는 두 남자 중 한 명인 우리 남편은 처음 모임 시작할 때는 토요일도 출근을 하던 시절이라 주로 내가 음식을 준비했다. 닭으로 하는 요리는 다 해본 것 같다. 가장 손쉬운 닭볶음탕으로 시작해 닭계장. 닭백숙. 닭 칼국수. 찜닭까지... 찜닭은 당면을 넣어야 해서 국물을 넉넉히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실패한 요리였지만 맛있게 먹어주어 고마웠다. 여름엔 오리냉채도 손 쉬우면서 손님상에 내기에 괜찮은 요리이다. 양배추와 각종 야채를 썰어 겨자 소스에 버무려 훈제 오리와 함께 먹으면 간단하면서도 푸짐하다. 시간이 흘러 요리가 비교적 노련해질 때 즈음 5일제가 시작되면서 남편이 실력발휘를 시작했다. 버터와 우유를 넣어 만든 으깬 감자 샐러드와 와인으로 재운 스테이크가 잘 어울려 모두 감탄한 요리였다. 부드러운 감자샐러드를 얹어 먹는 한 점의 스테이크 맛이란... 덮밥 종류도 간편하면서도 제법 맛있다. 청경채와 양파를 넣은 양송이 덮밥은 여자들의 입맛을, 매콤한 마파 두부 덮밥은 남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요리를 잘 하는 또 한 사람은 친구 남편이다. 남편 친구들은 64년생 용띠이고 두 살 적은 친구 남편은 형들이 너무 좋다며 친화력에 넉살까지 좋아 베풀기 좋아하는 인정 많은 사람이다. 요리가 취미인데다 스케일도 남달라 다른 세 집에 비해 특별한 요리를 자주 맛보게 해준다. 가끔 너무 잘 차린 상차림 앞에서
“이렇게 차리면 반칙이예요. 다음 집 부담스럽잖아요.”
말하지만 소용없다. 즐거움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베푼다. 해물 요리를 특히 잘 해 쭈꾸미. 해물전. 골벵이 소면. 문어숙회. 제주에서 잡아온 한치로 만든 물회와 회덮밥 등 다양한 메뉴에 맛도 일품이었다. 맞벌이 아내를 위해 매번 남편이 식사 준비를 했는데 어느 날은 남편 생일에 맞춰 친구가 간만에 실력 뱔휘를 하고 솜씨가 뛰어난 것을 그 때 알았다. 부창부수라더니. 한식은 늘 먹으니까 양식으로 준비했다며 쿡 탑에 구운 목살 스테이크. 과일, 치킨, 소세지, 버섯 등을 꽂아 만든 꼬치. 봉골레 파스타에 치즈 그라탕. 월남쌈까지 정성에 놀라고 비주얼에 또 한 번 놀랐다. 입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먹는다는 남편의 말 뜻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괜시리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한식으로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 생일상을 차렸어도 비주얼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커다란 포트메리온 접시에 정성을 다한 음식은 연말 홈 파티처럼 화려해 먹기 아까울 정도로 근사했다.
“이 정도쯤이야” 라는 친구에게
“실력이 좋은데 남편이 기회를 안 준 거네.”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늘 형제 같고 따뜻했다.
남은 두 친구집에서도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 있다. 닭갈비는 호불호없이 좋아한 음식이고 날치알까지 준비해 싸먹는 즉석 김밥은 마냥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부부가 같이 모일 때마다 얻는 교훈이 크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부부이다. 성격이 맞는 부부가 하나도 없듯이 서로 다르지만 장단점을 보완하며 맞춰가면서 갈등을 줄이는 지혜를 다른 부부에게서 배운다.
또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누군가를 위해 재료를 다듬고 정성껏 준비해 완성된 요리는 남편과의 관계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도 가깝게 만든다. 가끔은 부부 문제도 해결된다. 부부싸움 했던 썰을 풀어놓으며 조언도 얻고 남편 흉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한 부부는 남편이 전형적인 B형 소유자여서 남들 앞에서는 젠틀하고 매너 좋고 다정다감한데 집에서는 자기만 안다며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모임에서 다 풀고 간다. 흉어물이 없는 사이이니 가능하다.
여행 에피소드는 또 얼마나 많은지...의례히 남편들이 준비한 음식에 뒷정리까지 해주는 완벽한 여행이라니 시간만 나면 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여행 회비까지 모으며 국내. 국외 여행을 함께 하며 아이들 커가는 걸 다 지켜보면서 일희일비 했던 시간들은 우리를 끈끈하게 했다.
지금은 코로나가 종식 되었어도 예전처럼 자유롭게 식탁 교제나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되지 않지만 앞으로도 진솔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 지금처럼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새옹지마 인생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