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예의

by oj

잠옷을 입고 편의점에 출입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게시한 편의점을 두고 예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는 기사가 갑자기 떠올랐다. 장사하기 싫은가 보다. 배가 불렀다 등의 부정적 평가와 무례한데 잘 했다. 경고도 필요하다 등의 긍정적 평가가 교차했다. 난 용기 있는 주인의 태도를 옹호한다. 편의점이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고 감정이 상한 손님들은 편의점 이용을 안 하거나 불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매출 손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상식과 기본적 예의를 가르쳐주고 싶은 주인의 마음에 응원을 보낸다.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겨울철이면 엘리베이터를 탈 때 수면 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종종 본다. 가까운 편의점을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인 것 같다. 집에서는 편한 옷차림이고 개인의 자유지만 보는 이웃들에겐 썩 좋은 인상이 남지는 않는다.

지난 번 제주 여행 때도 성산 호텔 쪽에 묵으면서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을 때이다. 11월 쯤이었는데 젊은 부부가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넷이 똑같이 수면 잠옷 위에 페딩 조끼만 걸치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조식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눈에 확 띠는 칼라풀한 원색 수면 잠옷 차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조식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바로 외출할 사람들이 아니거나 씻기 전이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올 수 있지만 잠옷 차림은 좀 지나쳤다. 잠옷을 갈아입고 나오기 번거롭더라도 간편하게나마 최소한의 옷차림 예의는 필요할 것 같다. 여름이면 쪼리와 짧은 반바지. 나시 차림으로 예배를 드리러 오는 젊은이들을 볼 때 어르신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기본적인 옷차림이나 예의를 요구한다.

예전 TV 예능에 젊은이들의 해외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 때 흰 샤워 가운을 입고 실래 슬리퍼를 신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가 호텔 직원에게 정중히 거절 당한 일이 있었다. 다시 옷을 갈아입고 간 연예인들을 본 시청자들은 해외에서 나라 망신 시켰다는 댓글과 함께 생각 없이 한 부주의한 행동으로 뭇매를 맞아야 했다.

최소한의 예의를 요구하는 사회에 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느냐는 불평과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로 살아가는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어렵지 않으면서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기본적 예의이다. 장례식장에 검은색이나 무채색 옷을 입고 조문하거나 결혼식장에 깔끔하게 차려입고 축하해주는 일 등이 그것이다. 가끔 결혼식 때 민폐 하객도 본다. 돋보여야 할 신랑 신부보다 더 주목 받고 싶어 화려하게 치장한 친구들은 과유불급처럼 보인다. 예전엔 학교 여선생님이 청바지 입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청바지 입은 선생님들을 흔히 본다. 친구도 교사이지만 청바지 입는 것이 허용되어 복장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했다. 시대와 환경과 상황은 간소화된 복장이 등으로 인식이 바뀌고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존중하는 배려 요구 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햄버거를 먹고 쓰레기까지 고스란히 두고 간 승객의 행동이 기사화 된 일이나 고속버스 의자를 뒤로 젖혀 뒷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도 더 큰 소리치며 비행기에서 앞 좌석에 발을 올려놓고 민폐를 끼치고도 무개념. 비매너인 사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기본 예의와 도리는 필요하다. 고성방가. 노상방뇨. 쓰레기 무단 투기 등 기초적 질서를 지키지 않아 비난 받는 것도 기본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때문이다.

옷이든 언행이든 질서든 상식을 벗어난 채 예의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은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작가의 이전글조화와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