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균형

ㅡ뻗어가는 50대의 삶ㅡ

by oj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가끔씩 오디오북을 듣는다. 30분 정도의 길지 않는 책 소개는 자기 전에 부담이 없다. <50대부터 뻗어가는 사람. 시들어가는 사람> 이란 마쯔오 가즈야라는 일본 작가의 책은 내가 50대인지라 관심 있게 듣게 됐다. 인간 관계. 일. 마음의 평안 등의 내용에 잠을 자려고 들었다가 오히려 정신이 말똥하며 곧 집중이 됐다.

1938년부터 80년을 724명의 남성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연구 결과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한 가지가 인간 관계라고 한다.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인간 관계는 70.80대까지 이어져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다. 많은 형제들과 친지 등 대가족들과 부딪히며 살아온 나로선 인간 관계에 큰 어려움은 없다. 가족들. 고교 동창 친구들. 부부 동반. 지인들. 교회 모임 등 주기적인 만남과 모임은 원만한 인간 관계로 이어져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크고 작은 성격 차이야 있지만 큰 갈등 한 번 겪지 않았다.

일에 대한 정리도 분명했다. 일과 인생은 분리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노동의 대가만 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25년간 쉬지 않고 일하면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 자체를 소중하다고 느낀다.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만 일하지 않으면 도태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가르치는 일과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적성에 맞기에 지금까지 일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만약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일이다. 지금은 건강과 여가에 더 신경쓰면서 삶의 여유를 찾는데 주력하느라 일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일이 즐겁다.

50살 이후는 무엇을 배우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늦은 나이에도 한 지인은 50살이 넘었지만 뒤늦게 간호 조무사를 취득해 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면서 만족도가 높다. 한 지인은 화장문 방문 판매 일을 하면서 적성에 맞는다며 열심히 영업하고 최근 보험일을 시작한 친구도 막대한 양의 정보를 알아가는데도 열의를 갖고 배운다. 보육 교사 자격증을 따서 반나절만 일하는 친한 지인도 대학원까지 나와 사회복지사와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까지 있는 옛 회사 동료는 공부가 맞는다며 지금은 공인중계사에 도전하고 있다. 모두 50대가 넘은 이들은 노후에 뭐든 할 수 있게 준비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일이 아니어도 꾸준히 취미 생활하며 재능을 키우기도 한다. 화실을 다니면서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배우는 친구는 얼마 전에 남편 회사에 자신이 그린 해바라기 유화를 걸어놓자 직원들에게 열심히 자랑하는 남편 덕분에 뿌듯 했다고 한다. 오카리나를 배우며 복지관에 다니면서 재능 기부를 하는 지인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활력을 찾아야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이른 시간 강습이 귀찮지만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데 안성맞춤인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귀차니즘이 몸에 배이거나 시도조차 안 하면서 삶이 무료하다고 외치는 사람은 자기 성찰과 끈기 인내가 필요하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대신 미련과 집착을 포기하라고 했다. 새로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분하고 자기 안에 있는 욕구를 들여다 보라는 부분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상승 욕구가 강한 사람은 초조와 불안감이 많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일수록 좌절과 허탈감이 크다고 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 비슷한 사람도 떠올랐다. 위로 오르려고 노력만 하다가 실패한 이들에게 좌절 면역력을 키우라고 했다. 좌절에도 면역력이 있어야 엉켜있는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힘이 생긴다. 다시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강한 힘으로 버텨내는 면역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갖추고도 매사에 늘 불만이고 부정적인 언니 친구가 있다. 남들 보기엔 남 부러울것 없는 완벽한 조건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에 스카이를 다니는 아들에 본인도 전문직에 경제적 여유까지 갖추고도 불만족스럽다. 그 이유가 자신보다 월등히 잘 살고 의대까지 간 조카에 강남에 사는 두 언니들이 이유였다. 경기도 변두리에서 자기만 초라하게 살고 있다는 자격지심은 행복을 빼앗았다. 비교 의식은 자신을 열등하게 만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병들게 한다. 다른 사람보다 가진 게 많아도 스스로 만족 못 하면 불행한 삶이라고 느낀다. 가진 것도 없고 큰 학벌을 가진 자녀도 없지만 소박하게 살면서도 만족하며 사는 이들도 많은 걸 보면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50대엔 갱년기 등 많은 변화를 겪어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시들어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지혜가 필요함도 느꼈다. 뻗어가는 사람은 온전히 누리고 어른답게 이별하며 삶의 단계를 인식하고 좌절을 소화할 능력을 갖추며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시들어 가는 사람은 잃어버린 뒤에 깨닫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을 꾹 참고 좌절에 아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아 관계부터 시든다는 극명하게 다른 결론을 맺었다.

난 요즘 뻗어가고 있다. 한 동안은 매널리즘에 빠져 새로운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한 때는 빈둥지 증후군을 앓고 지난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이 주체가 안 돼 빈둥거리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을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도전으로 수필이 내게 찾아오면서 활력을 찾았다. 새롭게 마주 하게 된 도전은 나를 바쁘게 만들고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낀다. 여전히 여가도 즐기면서 일과 생활과 인간관계에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50대 이후 내 삶은 시들지 않고 뻗어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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