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엄마

by oj

스스로를 다람쥐 쳇바퀴 엄마라고 부르는 두 살 터울 내 여동생은 결혼 24년 동안 일하지 않은 시간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오뚜기처럼 강한 동생이다.

딸만 내리 낳은 엄마가 실망해서 겨울에 태어난 동생에게 젖도 안물리고 추운 문앞에 방치해 입술이 새파래진 채 울게 놔둔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천덕구니 신세였다. 막내로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야 겨우 남동생을 본 딸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사랑은 고스란히 남동생 몫이고 어릴 때부터 강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미술 교육을 전공한 동생은 목조 주택 짓는 남자의 모습에 반해 동갑내기 제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했다. 우리 세대가 모두 그렇듯이 가진 것도 없고 부모님도 도울 여력이 안되셨다. 작은 빌라에서 둘이 맞벌이 하면서 소박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미술 학원에서 일하던 동생은 어린이집 교사로 전환해서 첫째를 임신해서도 계속 일했고 첫째 딸이 태어났어도 몸조리만 끝내고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두 살 터울로 둘째 아들을 낳고 이어 셋째까지 가졌을 때 동생의 처지를 아는 부모님과 세 언니들은 축복해주지 못했다. 그 때의 서운함이 컸 테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세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보통의 노력 이상이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걸 알기에 마음껏 축복해 줄 수 없었다. 게다가 사람은 참 좋은데 집안 일을 도와주거나 자상하게 챙겨주는 제부라기 보다 동갑내기 친구 같은 사이였다. 육아에 집안 일에 일에 서서히 지쳐가는 동생을 걱정하는 건 고스란히 언니들의 몫이었다.

힘들면서도 양육을 많이 도와주신 부모님이 가까이 사셔서 마음적으로 살뜰히 챙겼다. 언니들과 나를 아직 어린 막내 아들 대신으로 아들처럼 의지하셨다면 아픈 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애교 많던 살가운 막내 딸은 심적으로 의지하셨다.

유난히 형제애를 강조하셨던 아버지 덕분인지 오남매는 의가 참 좋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엄마에게 막내딸과 살라는 유언대로 자기는 대식구이니 방 네 개만 있으며 기꺼이 엄마를 모시겠다고 먼저 제안해준 고마운 동생이다.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장만해둔 집으로 다섯 식구와 엄마가 이사를 가고 함께 산지 5년이 넘었다. 엄마에게 마음 써주는 제부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그 사이에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의 증상은 더 심해지셨고 같이 사는 동생의 고충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들로선 여간 미안하지 않았다. 대책이 필요했다. 복지관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집단 생활이 어려워져 일단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으로 기분전환을 했다. 마음을 달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오뚜기처럼 일어난다.

반려견으로 키우는 푸들 깡이 그림부터 언니들과 아이들의 캐릭터까지 림을 잘 그려 생일이면 손 편지에 그림을 넣어 보내는 사랑 많고 재주가 남다른 동생이다.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도구를 뚝딱 만들어내는 동생의 손재주를 보며 똥손인 나로선 신기할 뿐이다.

천성이 착하고 심성이 고운 동생은 물질이 아니더라도 베풀기를 좋아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나가지 못하는 대신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간단한 요리를 손쉽게도 하며 음식을 나누고 작은 거라도 베풀기 좋아해서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천직이란 생각도 든다. 20년을 넘게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귀엽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돌보고 아이들도 얼마나 잘 따르는지 모른다. 진심으로 대하는 동생의 마음을 학부모님들도 느끼는지 늘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때로는 손 편지로 때로는 간식으로 때로는 작은 선물로 때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유난히 더 이쁜 아이들을 보면 그 뒤엔 예쁜 마음의 부모님들이 계시다고 말한다. 늘 수고한다고 감사한다고 애쓰신다고 말 한 마디라도 전하는 부모님들의 아이들은 예의 바르고 사회성도 좋고 친구들과 사이좋다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느낀다고 한다.

인복도 많은 동생은 주변의 이웃들도 자매같이 친한 친구들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좋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언니들 덕분에 산다고 말하는 동생 주변엔 급할 때면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고마운 지인들과 동생의 수고를 알아주시는 시어머님에 형님까지.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밝고 순수하고 선하 예쁘냐고 하면서...

동료 선생님들의 커피와 샌드위치를 챙기고 여행 때는 친구들의 파자마. 언니들의 생일에는 화장품. 혼자 계신 시어머님의 냉장고를 채워드리는 등 세밀한 마음 씀씀이까지 인정 많은 동생이다. 그런 밝은 에너지는 원장님. 동료들. 학부모님. 어린 아이들까지 전해져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보는 눈은 다르지 않다.

새벽 5시만 되면 일어나 여섯 식구 식사 준비를 끝내고 출근을 하는 부지런한 동생은 제부가 퇴근 후면 늘 집밥만 기다리는 사람이라 미리 미리 해놓 습관에 부지런함과 손빠름이 일상이 되어 장금이로 통한다. 거기다가 1년에 두 번 모이는 명절 친정 식구 모임까지 기쁘게 감당한다. 명절 준비를 언니들이 모두 책임지고 뒷정리까지 해주더라도 만만치 않은 일임에도 불평 한 마디가 없다.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여행이나 친구들. 가족들과 즐기는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 잔이면 된다. 기분 좋을 만큼 소소하게 즐기며 남편과도 소주 한 잔 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그 여자가 사는 법이며 친구처럼 편하고 끈끈한 그들만의 사랑법이 있다.

대학생 둘에 막내로 고3이 된 아들은 고생하는 엄마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바르고 착하게 커서 엄마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천군만마가 되었다. 장학금에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엄마 걱정을 덜어주는 자식들 덕분에 힘을 낸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엄마는 복지관에 다니시게 되었다. 활력을 되찾으시고 저녁까지 드시고 오니 동생의 일과 마음의 부담도 훨씬 줄었다. 여전히 먹성 좋은 세 아이들과 남편까지 대식구 식사 준비로 여전히 주방에서 벗어나지 못해도 늘 기쁘게 감당한다.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동생은 씩씩하게 해내고 있다. 에너지를 다 쏟으며 살았다면 동생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었을까. 상황에 적응하고 환경에 순응했겠지만 밝고 선한 사랑까지 주변에 흘려보며 살았을지 미지수이다.

피곤한 삶에도 자신을 자칭 다람쥐 쳇바퀴 엄마라고 말하며 오늘도 내일도 쳇바퀴를 돌리며 씩씩하게 달린다.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누구보다 성숙하 야무지다. 사랑스러운 다람쥐 동생이 쳇바퀴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을 때까지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동생을 살뜰히 챙기면서 그늘막과 쉼터가 되어주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가는 다람쥐 언니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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