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유 2

by oj

20대는 시행착오도 괜찮았다. 아직 젊으니 안 되면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해 걱정 안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2년간 사회 생활을 마치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을 때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고 아이가 둘이나 태어나니 더 이상 혼자만의 삶이 아니었다. 남편과 둘일 때 느껴보지 못한 부모로서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가족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삶의 이유를 찾으면서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3년 터울로 둘을 키우다 보니 산후 우울감도 잠시 찾아왔지만 새롭게 할 일을 찾으며 20대를 마무리하고 30대를 맞았다.

30대는 정신없이 바빴다. 아이들 둘을 맡겨가며 바쁘게 일하면서도 다른 공부에 도전해 청소년 상담사 3급과 논술 교사로 학교 일을 하면서도 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오전엔 중학교로 집단 상담 봉사 활동을 다니며 오후엔 학교 일을 하며 집안 일과 아이들 양육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몇 년을 바쁘게 달려오다가 고민끝에 상담일을 접었다.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으로 청소년 단체 등에서 일하고 싶어 경험을 쌓으려고 봉사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상담은 할수록 어려웠다.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 상담 교사로 오랜 시간 일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힘들 땐 없는지 가끔 물어보면 힘들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냐고 한다. 감정의 기복이 가장 심한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들을 대하면서 그 고충이 클 텐데도 묵묵히 감당하는 친구 수고는 사명감이 없이는 힘들 것 같다. 그에 비해 집단 상담은 가벼운 봉사 시간이고 한 시간을 프로그램에 따라 마음을 열고 자신과 타인에 대해 들여다보는 비교적 단순한 시간이다. 깊게 마음을 파고 들거나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만나도 보듬거나 개입하기 어렵다. 할수록 한계도 느꼈고 오전에 상담하고 오후에 일하기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4년 정도 꾸준히 봉사 활동한 상담을 그만 두었다. 주어진 일도 벅찼고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젊었기에 기쁘게 감당하며 정신없이 앞만 보고 고군분투하던 내 30대였다.

40대 초반은 아는 길로 가며 안착했다. 예전처럼 쉽게 일을 벌이지 않고 편안히 주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쏟는 에너지가 많이 줄어든 대신 갑자기 수업이 늘면서 학교 수업에 개인 수업까지 종횡무진 달려왔다. 하던 일이어서 힘들지 않았지만 육체젹 피로감이 몰려왔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것 40대 후반이었다. 아차 싶었다. 나를 너무 돌보지 않고 혹사 시켰나 싶었다. 수술 후에 잘 회복하여 3개월을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절반으로 수업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가졌다. 수영을 시작하고 여행을 하며 글도 쓰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돌아가기엔 벅차다는 것을 알아 섣부른 행동 대신 잘 아는 길을 택하고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천천히 걸어갔다.

50대 초반은 맘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남편이 명퇴하면서 받은 명퇴금으로 노후 대책을 해놓 나니 여유가 생겼다. 수고한 남편과 나를 위해 두 주간 제주살이로 여유있는 삶과 마주하기도 했다. 1년만에 남편이 재취업도 하면서 월급보다도 아직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차례로 취업해 기숙사로 독립을 했다. 주말에만 오니 주방에서도 해방된 나는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주변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어떤 상황이든 서둘지 않고 한가해진 내 시간은 친구들과 가족들과 여행으로 채워졌다. 어느 달은 여행이 3건이 잡힌 나를 보며 너무 한 거 아니냐며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결혼 30주년으로 남편과 이태리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다. 30년을 살아온 우리 부부에 대한 보상과 선물 같은 만족한 여행이었다. 이제 홀로 계신 두 어머님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써드리려고 애쓰고 있다. 안정과 여유의 시간을 맞게 된 50대였다.

그렇게 50대 중반을 맞았다. 두 아들에게 결혼할 여자 친구가 생겼다. 둘다 같은 대학에서 동문으로 만나 작은 아들은 벌써 4년. 큰 아들은 이제 1년이 넘어간다. 내년과 후년에 결혼 계획들을 잡고 준비하고 있어 인륜지대사를 잘 치르면 나의 50대 후반의 큰 숙제를 마칠 것 같다.

그 후의 삶은 바라건데 보다 성숙해진 나를 만나고 싶다. 말과 생각이 가볍지 않고 좀 더 깊어지며 행동도 성숙해지 싶다. 미성숙한 글이 아닌 지금보다 성숙되고 완성도 높은 글도 쓰고 싶고 수필을 계속 쓰며 내 삶의 이유를 찾으며 안주하고 싶다.

60대 내 인생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6년만 있으면 60대이고 남편은 내년이면 환갑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유수같은 세월. 어느 덧 찾아와 중반기도 훨씬 넘은 인생. 앞으로 맞게 될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 너무 빠르게 마주할지 모를 60대의 현실 등.

그 때 그 때 삶의 이유를 찾으며 달려온 내 인생 앞에 또 어떤 숙제가 주어질지 알 수 없기에 때론 두려움이 때론 기대감이 몰려오는 건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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