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이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드럼을 배우면서 바빠졌다.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 것이라 강습 외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몇개월 강습을 배우더니 집에서 연습해야겠다며 드럼을 산다고 했다. 아들이 결혼하고 짐을 정리하자 그 방이 넓어졌다며 거기에 두고 연습한다고 말이다.
'휴. 짐이 또 늘겠군.'
이제 줄여가며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싶지만 원하는 일이라니 내색은 안 했다.
수영 강습에서 만난 사람이 농막을 운영한다며 그 곳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가진 후로 친해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티 타임을 갖고 온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 권유로 드럼도 시작했다. 친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 결혼에 다들 마음을 보내주셔서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 대접도 바로 했다. 퇴직자와 교회 친구들 모임 외엔 없던 남편의 새로운 모임이 생기니 활기가 생기고 뒤늦게 재미를 들인 드럼을 배우는 모습도 보기 좋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누군가는 일에 빠져 살고 누군가는 운동을 즐긴다. 뒤늦게 그림이나 트렘펫. 플룻 등 여러 취미를 즐기는 지인들도 많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지루하고 무료하던 평범한 일상에 활기와 에너지가 생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시간과 여건이 안 되는 이들도 있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원해도 할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바쁘고 상황과 여건이 안 돼 엄두도 못 낸다.
예전에 나도 아이들 키우느라. 일하느라 이런저런 이유로 바빠서 모임이나 여가를 보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행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라도 다녀왔다.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땐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두려웠지만 다행히 초기였고 수술. 후에 회복하면서 바쁘고 힘든 시간과는 이제 안녕하기로 했다. 자유로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한 10년간의 누림과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단 사람들이다. 어릴 때부터 일곱이란 대식구에 방학이면 대부분 할아버지댁에 가서 큰집 사촌들에 바로 아랫집에 사시는 작은 할아버님 가족들까지 늘 북적거리며 지냈다.
결혼해서 시댁 식구도 장남이신 아버님 오 남매에 자식들도 네 형제라 명절 때 모이면 대식구였다.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태어나니 그야말로 북적거리는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지 않다. 가족. 친구. 이웃. 지인. 교회 성도 등 모임도 적지 않으며 각각 다른 모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도 큰 갈등이 없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만나 대화 나누고 안부 묻고 식사와 차를 함께 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시간들이 소중하다.
게다가 끈끈한 오남매가 모두 근처에 살아 지루할 틈이 없다. 오남매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12명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해서 그런지 인복도 많은 편이다. 주변에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 대부분 인품과 성격이 좋고 인정이 많아 큰 부딪힘 없이 좋은 관계로 지낸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은 일과 글쓰기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일하는 것이 좋다. 25년 가까이 하고 있는 일인 만큼 적성에도 맞고 가르치는 아이들이 내겐 활력소이다. 지금은 이틀만 일하고 있어 시간적으로 심적으로나 부담이 없어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이 끝나면 새로 시작한 글쓰기로 후반기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 글쓰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세 번째 내가 좋아하는 일은 여행이다. 목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기저기에 내는 여행비도 만만치 않다. 30년 전 하와이 신혼 여행을 시작으로 국내 여행과 필리핀. 태국. 보라카이. 상해. 다낭. 동유럽 등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남편 회사에서 근속 15주년 때 부부동반으로 보내준 푸켓이다. 노 옵션으로 고급 호텔에서 4박5일 안락함을 누린 여행이었다.
명퇴 후에는 버킷리스트였던 제주에서 두 주살이 여행도 의미 있었다. 25년 일한 회사에서 명퇴 하면서 수고했기에 주어진 댓가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라산 노래를 부르는 남편을 위해 제주 마지막 전 날 오른 한라산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틈틈히 갔던 해외 여행 중에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 웨이 야경의 화려한 불빛. 그림처럼 예뻤던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와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웠던 야경 투어. 체코의 카를 다리 등 아들들과 함께 가서 더 좋았던 동유럽. 남편 친구 부부와 갔던 터키에서 열기구를 타고 바라본 일출과 카파도키아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코로나 직전 친구와 둘이 다녀온 하와이 일주일 여행. 작년 봄 결혼 30주년으로 언니와 형부들과 함께 다녀온 로마 유적지로 가득한 이태리 여행도 아직 기억속에 생생하다. 여행은 열심히 살다가 잠시 일상을 벗어나 나에게 주는 보상과 선물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하기 싫은 일들은 멀리 하고 싶다. 젊을 때는 하기 싫어도 참고 안 맞는 사람들과도 맞춰가며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했던 일들도 되도록 피한다. 이젠 에너지를 쓸데 없는 곳에 버리고 싶지 않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일적인 면도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나를 살피는 나이가 된 것 같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균형을 맞춰 조화로운 삶이 되야 한다.
경제. 취미. 봉사 활동 세 가지를 하며 살 때 삶에 활력이 있다고 한다. 세 가지를 모두 하고 있어 그런지 현재 삶에 만족하며 계속 여백이 있는 삶을 채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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