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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애

ㅡ영화 'everybody's fine'ㅡ

by oj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이 영화는 가족애를 보여준 따뜻한 영화이다. 자녀가 넷인 아버지는 모처럼 연휴에 모이는 자식들을 맞기 위해 바베큐 기계를 사고 선물까지 준비하지만 갑자기 다들 못 온다는 연락을 받고 실망하며 짐을 싸서 자녀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그들의 비밀과 마주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고 여운이 오래 남아서 내 프로필 문구도 비슷한 문구로 'everyday fine' 으로 저장해 두기도 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렇듯 내가 아는 이들의 매일이 평온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내를 8개월 전 먼저 떠나 보낸 뒤로 외로움이 컸던 터라 자식들을 만나러 떠나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건강상 긴 여행을 만류하는 의사의 말에도 약을 챙겨 떠날 때 소중하고 자랑스럽던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였다.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가서 화가인 아들 데이빗을 만나러 갔지만 만나지 못 하고 메모만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작은 화랑에 걸려있던 아들의 그림을 보고 사실은 유명한 화가가 아니었음을 짐작한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딸 에이미를 만나러 시카고로 갔을 땐 딸과 사위. 손자와 식사하면서 셋의 관계에 몹시 불편함을 느꼈고 딸이 별거 중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버스를 타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아들 로버트를 만나러 가서 포스터 앞에서 사진도 찍고 연습을 보러 들어갔지만 아들은 지휘가 아닌 타악기를 치고 있었다. 약간은 실망스러워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자신은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 지금 일이 만족한다고 말한다.


라스베가스로 가려다가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트럭을 얻어탔다. 막내딸 로지를 만나러 기차역으로 가던 도중 노숙 청년을 도우려다 오히려 돈을 뺏으려는 그와 몸싸움을 하면서 심장약을 떨어뜨려 못 쓰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겪는다.


딸을 만났지만 맥스란 아들을 혼자 키우며 미혼모로 살고 있음을 눈치챈다. 로지는 아버지께 무엇이 되고 싶었냐는 질문에 좋은 아버지가 되길 바랬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로지는 기뻤을 것 같다. 아버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자식들을 다 이해할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들은 데이비드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실을 아버지께 쉬쉬하고 있었다. 진실과 마주하고 허탈하게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는 심장약을 먹지 못해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그제서야 자식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였고 경미한 심장마비여서 다행이란 말과 데이빗의 소식을 전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힘들어하면서 여행을 다니는 줄 알았는데 멕시코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

"내 아들일리 없어."

라는 강한 부정으로 충격과 연민과 슬픔. 고통을 너무 잘 표현한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자녀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행복하냐고 묻던 장면. 편지를 두고 오는 장면. 병실에 혼자 있는 밤에 어린 아들 데이비드가 찾아와 아버지께 인사를 전하는 장면. 아들의 남겨진 그림에 아버지가 전선 코팅 작업을 했던 전선을 그린 장면. 집으로 돌아와선 아내의 무덤 앞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뭉클할 만큼 명장면이었다.


특히 자식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다 컸어도 부모에겐 늘 어린 아이인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아들이 결혼해 둥지를 떠났어도 여전히 품안의 자식처럼 늘 안위를 걱정하고 있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자식들을 왜 찾아다니냐는 질문에 아내가 챙기던 일을 이제 아내가 없으니 자기 몫이라는 말이 짠했다. 함께 살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데 아내의 몫까지 해내려는 아빠의 묵직한 사랑을 느꼈다. 슬픔을 극복하면서 크리스마스 때 모인 가족이 식탁에 앉아 웃으면서 마주하며 영화가 끝났다. 자리에 없는 아들과 엄마의 빈 자리가 슬프기도 하고 남은 이들이 억지로라도 웃으며 살아야 하니 씁쓸하기도 했다.


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한국 배우 박근형씨를 보면 이상하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젊어서 훤칠하게 잘 생기던 아버지와도 닮고 분위기도 묘하게 비슷해서 평소에도 좋아하는 두 배우이다. 오랫만에 보는 로버트 드니로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였고 아버지로서의 고뇌와 외로움을 잘 담아냈다.


가족이기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하고 다시 화합할 수 있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 실망을 하기도 하고 자식이 원하는 일을 이루지 못 할 때 짠하게 바라보는 것이 가족이다. 그럴 때는

다그치고 잔소리 하면 상처만 줄 뿐이니 격려하면서 무언의 응원을 하며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영화 제목처럼 누구나 'everybody's fine' 하기를 바라고 매일이 'everyday fine'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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