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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누는 문화의 가치, 헝가리 편

부다페스트

by 윤성

동유럽으로 향하는 설레는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좌석 발권 문제로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비행기 맨 뒤편에 홀로 앉았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가뜩이나 낯선 땅을 걷는다는 불안으로 긴장이 머리끝까지 있던 나는 잘 모르는 사람과 연석으로 앉아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았고, 괜한 심술 역시 나있는 상태였다. 자리에 도착하고 나니 함께 앉게 된 다른 분들은 연세가 조금 있는 어르신 두 분이었다. 당시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이 잔뜩 있던 나는 어르신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않고 좌석에 착석했는데, 그 이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눌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다수의 시간을 비행기에서 자면서 보냈다.


이후 독일에 도착하기 약 1시간 전, 어르신 두 분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있었고 비행기 창가 자리였던 나는 이 기회를 잡아 화장실을 다녀왔다. 몸을 한 번 움직이니 실컷 밀려왔던 잠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말똥 한 정신으로 창 밖을 구경하던 찰나 잠에서 깬 나에게 호기심이 생겼는지 어르신 두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와중 어르신 두 분이 은퇴한 교수님이시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한 분은 유럽에 몇 번 와보셨던 분이며, 나 보다 일정이 긴 여행을 소화하신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그러다 호기심이 생겨 이번엔 내가 먼저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부다페스트가 가는 나라 중에서는 제일 볼 게 많을거에요." 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가는 곳 중에 부다페스트가 있다는 것과 부다페스트가 부다와 페스트가 합쳐진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몰랐던 나는 대충 놀라며 긍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말 이후 부다페스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엄청나게 상승하였다.


그렇게 초면인 교수님들과 여행 잘 즐기세요 라는 인사를 서로 주고받고 헤어졌고 나는 동유럽에 대한 몇몇 정보와 부다페스트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비행기에서 내리게 되었다. 이런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가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이 낯설어 아무런 생각도 없던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내가 예상하지 못한 환상을 품었던 것처럼 내가 느꼈던 설렘을 본 스토리에서 조금 나누고자 한다.



단아한 왕의 도시, 부다


KakaoTalk_20230725_143949945.jpg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본 부다페스트의 전경. 좌측 녹색 돔의 부다성이 있는 곳이 부다 지역, 우측 붉은 돔의 국회의사당이 있는 곳이 페스트 지역이다.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이 굉장히 낯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이 굉장히 낯선 사람 중 하나였다. 이런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인데 다뷰느강 서편의 부다라고 불리는 성이 있던 도시와, 동편의 서민 도시였던 페스트가 1837년에 합쳐지면서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한다. 유럽의 3대 야경이라고 손꼽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야경을 페스트 지역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부다 지역에서는 부다성이라고 불리는 헝가리의 성채를 감상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에 처음 들어오게 되면 다비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부다와 페스트 지역을 오가게 되는데 녹색 돔의 부다성 건축물이 있는 곳이 부다 지역, 붉은 돔의 화려한 국회의사당 건축물이 있는 곳이 페스트 지역이다. 두 개의 건축물이 다비뉴 강을 끼고 거의 마주 보고 있어 부다페스트에서 이동할 때 부다와 페스트 지역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되고는 한다.


부다성 입구 근처 마티아스 분수 사진

부다성 내부는 대대적인 보수 공사로 인해 한동안 온전한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최근 내부 공사의 대부분이 안정되어 예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았다고 한다. 부다와 페스트 지역을 오가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오가기 때문에 단체관광에서는 버스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부다성 근처에서 하차해 조금 걷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부다성의 입구가 보인다. 부다성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입구 근처의 마티아스 분수다. 마티아스 왕이 신분을 속이고 사냥 나가서 소작농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 전설을 기리며 만들어졌다고 하는 분수라고 하는데, 부다성의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 중 하나기도 하다. 부다성 입구의 기둥과 함께 아주 섬세하게 만들어진 조각 작품 중 하나이며 앞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도 자주 볼 수 있으니 원할 경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도 좋을 것 같다.

부다성 내부를 기마병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부다성 내부를 돌아다니다 운이 좋다면 기마병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데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관람을 원한다면 시간대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성 내부를 격식 차린 승마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기마병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괜히 설레게 하고는 한다. 또 성을 지나다니는 기마병의 모습은 부다성의 바르코 시대의 느낌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라 괜히 내가 중세시대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간질거리는 느낌까지 주고는 한다. 부다성 입구와 분수대, 그리고 라벤더 밭을 지나면 헝가리의 국조인 트롤이 있는 전망대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는 Sándor Palace 앞에 도착하게 된다.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을 경우에는 앞에 군인들이 경계태세를 갖춘 채 경비를 하고 있고, 대통령이 근무하지 않을 경우에는 군인들 역시 퇴근하여 조금 한산한 분위기를 보인다.

부다성 내부의 대통령 관저 근처 헝가리 국조 투룰 석상

이렇게 대통령 관저 부근까지 도착해 투룰 석상 앞에 선다면 부다성의 내부를 한 바퀴 돌아봤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외에도 찾아보니 성 내부에서 박물관 및 미술관 등으로 이용되는 건물도 있었다. 시간 관계상 세세한 건물을 전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왕들의 성으로 사용되었던 장소이다 보니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크고 볼거리가 많다. 따라서 부다성을 세세하게 보고 싶다면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한나절 동안 부다성을 돌아다녀 보는 것을 권한다. 투룰 석상 근처에는 대통령 관저와 함께 다브뉴 강의 전경과 페스트 지역의 전경, 그리고 센체니 다리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페스트 지역의 전경은 어부의 요새에서도 관람할 수 있지만 센체니 다리의 전경은 이곳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예쁘게 관람할 수 있다. 또 지대가 높다 보니 그늘이 있는 곳에서 바람을 느끼며 쉬는 관람객들도 많이 보이고는 한다.


이렇게 부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헝가리의 건축물의 특징과 부다성의 양식 등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도 많이 듣게 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설명은 건축물의 높이에 대한 설명이다. 896년이 헝가리의 건국 기념해라 건물의 높이가 대부분 이와 관련되어 96미터이며 헝가리에서는 이 96미터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국회의사당 건물의 높이도 96미터이며 성 이스튜반 성당과 같은 대표적인 헝가리의 건축물은 모두 96미터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 성당과 국회의사당의 높이가 같고 건축물이 모두 96미터를 넘길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종교와 국민의 권리에 대한 평등이 함께하고 있다는 설명도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KakaoTalk_20230725_142657932_02.jpg 부다성의 트롤 석상을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브뉴 강과 건너편 페스트 지역의 전경 및 센체니 다리의 전경


이렇게 부다성의 투어를 끝내고 조금 더 이동을 하면 어부의 요새라는 곳이 나오게 된다. 부다성에서 어부의 요새까지는 도보 약 10분 정도의 거리를 가지고 있다. 어부의 요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다와 관련된 상징물과 그물, 물고기, 소금, 오크통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기 쉬운데 도착하면 그런 이미지와는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 암석이 섬세하게 세공된 7개의 석탑을 보게 된다. 이 7개의 석탑은 수천 년 전에 나라를 세운 일곱 개의 마자르 족을 상징하며 마법의 성처럼 섬세하게 조각된 7개의 탑을 보면 어부의 요새 또한 하나의 성처럼 보이게 만든다. 맑은 하늘 아래 홀로 하얗게 서있는 요새의 모습은 괜히 소금 궁전이나 설탕 궁전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소금 궁전의 화려하고 하얀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부의 요새 입구 앞 성 슈테판 동상. 동상을 바라보고 좌측을 보면 마차시 성당이 있다

이 어부의 요새는 환상적인 하얀 조각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이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는 페스트 지역의 경치가 아름다워서 유명하기도 하다. 어부의 요새에 있는 아치를 사이에 두고 액자처럼 페스트 지역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데 국회의사당이 딱 가운데에 들어가는 위치에서 사진을 촬영할 경우 굉장히 예쁘게 나오는 장소이다. 어부의 요새도 하나의 성처럼 보인다는 선술 했던 말처럼 어부의 요새 내의 규모도 상당한 편인데, 어부의 요새 앞에 마차시 성당이라고 불리는 성당 또한 존재한다. 짠내투어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성인의 경우 약 6유로, 어린아이의 경우 약 5유로 정도의 이용료를 받고 입장할 수 있다. 또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 밖에 되지 않아 입장을 한다면 운영시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해가 떠있는 모습만으로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기에 자칫하다간 입장시간을 놓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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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어부의 요새, 우측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 본 국회의사당 및 페스트 지역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를 감상할 수 있는 도시답게 어부의 요새와 부다성 또한 밤에 야경을 위한 조명이 들어온다. 저녁에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가 함께 나오는 전경을 멀리서 감상할 수도 있지만 어부의 요새와 부다성 모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니 내부에서 빛나는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일 수 있다. 특히 어부의 요새 같은 경우 국회의사당의 전경을 가장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보니 이곳에서 찍은 국회의사당의 야경도 깊은 운치를 자랑하는 편이다. 만약 자유여행 등으로 헝가리에 방문했다면 이곳에서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 역시 추천한다. 주변에 조명이 환하게 켜진 하얀 건축물을 사이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전경은 정말로 아릅답기 때문에 눈에 즐거운 사진 스팟을 찾고 있다면 밤에 어부의 요새를 들려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어부의 요새까지 돌아보면 부다 지역에서의 일정은 어느 정도 끝이 난다. 어부의 요새의 풍경을 더 즐기거나 어부의 요새 안의 스타벅스, 카페, 성당 등을 둘러볼 수 있겠지만 부다성을 지나 어부의 요새를 관람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성'이라는 이름에 맞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볼 수 있는 건축물이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무척 많기 때문에 만약 부다 지역에서 가능한 많은 경치를 보고 싶다면 하루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시간 관계상 가보지는 못했지만 부다성 내부의 박물관 역시 좋은 관광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한 서민의 마을, 페스트


부다 지역에서의 일정이 마치고 페스트 지역으로 이동하면 보통 영웅광장 혹은 성 이스트반 대성당을 보게 된다. 영웅광장의 경우 헝가리의 건국 역사와 위대한 인물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장인데 지금은 페스트 지역의 중심지이자 다양한 행사를 하는 광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방문 당일에도 행사 준비를 위해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영웅 광장에서 이러한 행사가 준비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라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36m 높이의 가브리엘 대천사 동상이 있으며 그 가브리엘 대천사 동상 근처에는 14명의 헝가리의 위인들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14개의 동상은 헝가리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담고 있는 동상이기도 한데 동상의 아래를 자세히 보면 연도가 적혀 있어 당시 헝가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담고 있는 동상으로 보는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다.


KakaoTalk_20230725_151837734_01.jpg 영웅광장의 전경. 중앙 가브리엘 대천사 석상과 양쪽 14명의 위인들 석상


그리고 가브리엘 대천사상 아래에는 위인들의 동상 외에도 7개의 동상이 추가로 보이는데 어부의 요새에서 잠깐 선술 했던 7개의 마자르 부족과 관련된 동상이다. 광장 근처에는 부다페스트 미술관도 자리를 잡고 있으며 둘러보다 보면 교통이 매우 많이 다니는 페스트 지역의 중심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또 광장이 굉장히 넓다 보니 광장 입구에서 석상까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이 소모되며 석상과 석상 사이를 오가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건축물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최소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잡고 관광하기를 권한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전경

국회의사당과 영웅광장을 제외하면 페스트 지역의 다른 대표적인 건축물은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과 국회의사당 같은 경우 거리가 가까워 도보로 이동할 수 있지만, 영웅광장에서 성 이슈트반 대성당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통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방문한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의 광장도 페스트 지역에서 번화가에 속하는 곳이기 때문에 마켓이나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 편이다. 그 덕분에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에서 자유시간을 가지거나 기념품을 사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쇼핑을 하는 관광객이나 젤라또를 사 먹는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같은 경우에도 유료로 입장이 가능한데 성인의 경우 약 5유로 정도에 입장이 가능하다. 단, 전망대에 입장하는 경우에는 추가금을 내야 하니 전망대까지 입장을 희망할 경우에는 성당 입장권과 전망대 입장권이 합쳐진 통합권 구매를 추천한다.


페스트 지역의 경우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의 거리가 있고 규모도 있기 때문에 외관을 조망하는 게 아니라 내부까지 즐긴다면 하루의 시간이 전부 소모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을 충분히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헝가리 같은 경우에도 썸머시간이 존재하지만 체코나 독일보다 조금 더 위도가 낮기 때문에 일몰이 오는 시간이 10분에서 20분 정도 빠르다. 약 8시 50분쯤이 되면 일몰이 찾아오고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에 대표적인 건축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부다성, 어부의 요새, 국회의사당과 같은 대표적인 건축물 모두에 조명이 들어온다. 부다 왕궁의 야경과 어부의 요새의 야경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중 가장 아름다운 야경은 역시 페스트 지역의 국회의사당이다.


KakaoTalk_20230725_030907681.jpg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인 국회의사당의 야경


사실 하루 만에 부다페스트를 전부 둘러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정이다. 적어도 2일 이상의 시간을 잡고 하루는 부다 지역, 하루는 페스트 지역을 둘러봐야 온전히 부다페스트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과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부다페스트가 가는 나라 중에서는 제일 볼 게 많을거에요." 라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부다페스트는 정말로 볼거리가 엄청나게 넘치는 도시 중 하나다. 비행기에서 가지고 내려왔던 기대심을 가장 많이 만족시켜 주었던 곳이기도 했다. 실제로 부다성만 하더라도 외관을 단순히 조망하고 걷는 게 아닌 부다성 내부의 박물관이나 분수 등을 제대로 즐기다 보면 부다성에서만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하며 성 이스튜반 대성당 또한 1시간 이상의 관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그 다양한 볼거리 중 가장 아름다웠던 건축물을 선택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뽑을 것이다.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불리는 곳인 만큼 밤에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섬세한 모습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낮에 바라보는 풍경 역시 충분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할 수 있지만 밤에 조명이 들어와 혼자 빛나는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세이렌이 노래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만든다. 낮의 모습이 모래 속의 루비반지 같은 단아하면서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면 밤의 국회의사당은 부다페스트에서 홀로 반짝이는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부다 지역에서 찍은 풍경


여행에서 새로움은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새로움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은 공통적일 것이다. 내게 있어 부다페스트가 그랬다. 생각하지 못했던,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을 벗어난 장소. 그렇기 때문에 새로움을 선사하고 새로움에서 비롯된 설렘을 주었던 곳. 비행기에서의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된 기대감이 훌쩍 커져 부다페스트는 내게 있어 잊지 못할 즐거움을 준 장소가 되고 말았다. 꼭 별처럼 보였던 국회의사당의 야경이 이제는 진짜 내 마음속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회의사당의 불빛을 품었던 다브뉴 강의 물결처럼 부다페스트에서 지냈던 추억을 생각하면 내 마음의 물결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물결은 끊김 없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물결을 흘려보내면 이 또한 다른 누군가의 가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상을 뛰어넘는 온전한 새로움을 느꼈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내가 경험한 이 등불이 이 스토리를 통해 누군가에게도 나눠줄 수 있는 불빛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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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의 다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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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의 다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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