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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Mar 12. 2023

솔직한 것과 무례한 건 달라요

아니 MZ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최근 미디어가 [MZ 세대의 특징]으로 규정하며 만드는 콘텐츠 중 ‘상황을 가리지 않는 과도한 솔직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때와 장소, 상황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일과 감정만을 최우선하여 행동하는 모습들이다. 콘텐츠들을 가만 보고 있으면 정작 MZ세대에 속하는 나조차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다는 거지?' 하는 의문이 매번 들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해학적인 모습에 웃기기도 하고, '간혹' 실제로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냥 헛된 소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지금 세대에만 일어나는 현상은 분명히 아니다. 애초에 부모와 자식뻘로 폭이 넓은 밀레니엄 세대(1981~1996년생)와 Z세대(1990 중/후반~2010년대 초반생)를 하나로 묶어서 판단하는 것부터 오류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성향은 세대에 상관없이 종종 볼 수 있었던 성격이기도 하고, 요즘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건 1인 가구 증가, 가족 단위의 파편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도 증가(메타인지 상승) 등 여러 사회적 변화들이 겹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특히 변화가 극적으로 눈에 띄었기 때문에 미디어의 타깃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단지 여태까지의 사회초년생들은 직장을 자신의 인생을 쏟아바칠 '평생직장' 개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속으로 더 참고, 버티며 상사와 다른 이들에게 맞추는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현재의 사회초년생들은 직장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좋은 경험이자 커리어를 쌓을 '거쳐가는 곳'으로 여기며 퇴사를 하더라도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을 홀대받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기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자신의 권리는 정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과거나 현재나 타인 신경 안 쓰고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 현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유아, 어린이, 중장년층, 노인 등 가리지 않고 흔히 보이지 않는가? 솔직이 당연한 걸 당연하게 행하는 게 칭찬받거나 조롱받는 사회가 더 이상한 게 아닌가?


 다만 이런 모습이 미디어에서 풍자되어 생산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는 행동이 '솔직함' 인지 '무례함' 인지 알지도 못하고 무분별하게 행한다는 것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조금만 생각을 해 보더라도 각각의 성격과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결과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거치지 않고 행동만을 할 때엔 자신의 행동이 무례한 것인지도 모르고 '나는 솔직한 거야'라는 합리화를 하기 정말 쉬울 뿐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자신의 속마음을 타인에게 가감 없이 내비친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자신이 행한 행동으로 생긴 감정적, 실질적 부담을 본인이 짊어지느냐, 타인이 짊어지느냐에 따라 확실히 구분된다.

 내가 뱉은 말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관계나 대외적 이미지, 직장이나 금전적 부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을 위해, 혹은 집단의 공익을 위해 피해를 무릅쓰고 행동을 행한다면 이는 '솔직'한 것이다. 애초에 자신의 내면을, 속 이야기를 타인에게 가감 없이 내비치는 일부터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거기다가 이런 부담감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렵기에 이 '솔직함'이 가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례함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가 책임지지 않는다. 무례한 행동으로 생기는 수치심, 모멸감, 업무적 손실 등은 가족, 친구, 타인, 회사, 단체 등이 떠안는다.

 여기서 '아니 내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을 위해 굳이 해주는 일이라니까?'라고 반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이 입은 1차적 피해에 대해 따지는 등 나설 때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무례한 행동'에서 타인만이 부담을 안고 피해를 입기 때문에 '나도 피해를 감수한다' 따위의 일은 [반드시] 파생되는 일이 아니다. 무례한 행동으로 생기는 타인의 피해는 100% 수반되는 것이고, 행동을 한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의식적으로 '내가 피해를 보겠어?'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실려 무례한 행동을 쉬지 않고 저지르는 인간 군상이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사람의 성향에 따라 무례한 사람과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 확실하게 갈린다. 타인의 반응과 생각을 깊이 헤아리는 신중한 사람은 '내가 이 행동을 한다면 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생각으로 최소 한 차례 이상 생각을 거친 후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적다. 조금이라도 무례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진작 머릿속에서 판단을 거치다 걸러지기 마련이고, 무례할 수 있음에도 행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다면 상대방이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그 행동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연적으로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떠오른 생각은 바로 입 밖으로 내뱉거나 행동으로 옮겨야만 하는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면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기 쉽다. 상대방에 대한 생각까지 이르기도 전에 자신의 사고회로를 거쳐 곧바로 튀어나오는 행동이니. 그런데 이렇게 행동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상대방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따지고, 반박할 수 있다면 무례한 사람들의 행동도 문제를 자각하고 쉽게 고쳐질 수 있을 것이고, 억울하게 당하고만 사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 것이지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 신중한 사람들은 타인이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그래도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굳이 저런 말을 해 주겠지', '내가 문제가 있었으니 상대방이 저런 말을 하겠지' 하며 타인의 행동도 자신처럼 신중함을 거치고 나왔을 거라 과도하게 공감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억울함과 수치를 참게 되고 마음속에 응어리로 쌓이게 된다. 무례한 사람들은 가만히 듣고만 있는 상대방의 태도를 보며 '역시 내가 옳은 말을 했어' 라며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당하는 사람은 계속 당하고만 다니고 때리는 사람은 계속 툭 툭 치고 다니게 되는 아이러니.


 위 내용 못지않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솔직함'과 '무례함'은 흑백논리처럼 딱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이 있어 상황에 따라 충분히 솔직할 수 있는 행동이 무례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니, 자신이 타인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부분 탓에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서운하게, 수치스럽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자신이 무례한 행동을 당해 감정이 상했을 경우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부분이 나에게 문제가 되었는지를 확실하게 전달을 해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관계에 있어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우리 관계를 망치지 않고 오래 유지하고 싶어 말을 해주는구나'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려운 말이지만 이 사람과 문제없이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룰 수 있으니 서로에게 [반드시] 좋다. 뭐 듣는 사람이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별 걸로 유난이야'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깔끔하게 연을 끊거나 더 이상 기대지 않으면 된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갖는 신뢰는 고작 그 정도라는 뜻이니까. 더 의지하고 기댔다가 배신당하느니 미리 선을 확실히 그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상대방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감정이 상한 경우, 그 상대가 신뢰가 가는 경우엔 우리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시키고 싶은 마음과 함께 상대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되었는지를 '솔직히'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고, 신뢰가 가지 않는 상대라면 '이 새끼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또 지랄이네'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부끄러운 행동인지도 모르는지가 뭔데 날 가르치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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