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월 Aug 11. 2024

당황하면 실수하는 사람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사람의 감정은 너무나 연약하고 예민하다.

어떤 혼란 속에서도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그와 비슷한 혼란을 수도 없이 겪으며 쌓인 경험과 그 속에서 '부동심'의 단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폭풍 같은 상황에 경험과 단련이 부족하다면 사람의 감정은 예민하게,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감정은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기본값이다. 원시인들에겐 독을 품은 벌레같이 아주 작은 요소부터 풀숲에서 기척을 죽이고 숨어있는 맹수 등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득실거렸다. 그런 것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감각, 육체, 정신을 최대한 흥분시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도망을 칠 수 있도록 온몸을 감정으로 뒤흔들었다.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고 오로지 도망,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이탈만을 쫓아야 실낱같은 생존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었으니까. 대항하는 인간들은 진작에 맹수들에게 갈가리 찢겨나갔을 테니 더더욱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 과민반응은 살아남기 위해서 생겨났으나, 현대에는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었다. 사소한 요소로도 제멋대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벌어질지 아닐지도 모르는 막연한 예상으로 두려움에 떨고.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고 웬걸 그들에게서 버려져서 혼자 남겨질까 봐 불안해한다. 정작 주변에서는 아무런 낌새도, 의도도 없었음에도.


 이런 감정의 급류에서 균형을 잃으면, 그 격한 흐름에 휩쓸려 시간이 지나 감정이 잠잠해질 때까진 주체할 수 없이 휘둘리며 일상생활에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내 안에 가득 찬 감정을 파헤치며 그 감정이 어떤 종류의 감정인지, 감정이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곧바로 바라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금 자신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어떤 종류인지를 알아야 그걸 뜯어고치든, 스스로를 보완을 하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려면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제삼자인 것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 지인의 연애 상담을 할 때 그렇듯 내 일이 아니라 타인의 일이라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명한 답을 내릴 수 있다. 혼란스럽겠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감정을 낱낱이 파헤쳐라. 거대한 벽처럼 보이더라도 정작 알고 보니 풍선이라 콕 찌르는 걸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란 말이다.


자신이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일도 어려운 처음에는 이처럼 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아픔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같은 고통에 빠질 것이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은 고통 속에 빠져 견디기만 하는 지금보다 몇 배는 괴롭겠지만, 계속 내딛다 보면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처할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같은 고통에서 발버둥 치는 것보다 잠시 더 괴롭더라도 나중에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굳이 겪을 필요도 없는 게 다반사다. 미리 대처해서 피할 수 있는 고통이라면, 어리석게 계속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