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소녀와 바람
(은혜)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모두를 삼키려는 듯
무섭게 휘몰아쳤다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방마다 열린 문들을
틈새 없이 닫아 버렸다
밖에서 나무들이
울부짖었다
이름 모를 짐승들도
파르르 떨었다
우리는 답답했다
마치 감옥에 갇힌
망연한 죄수들처럼
한 소녀가 몰래
닫힌 창문을 열었다
아직도 바람이 불었다
부디 잠잠하기를
소녀는 기도를 했다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소녀는 기뻐하며
방마다 닫힌 문을
조금씩 열어 두었다
감사하게도
시원한 바람이
모두를 어루만졌다
모두가 잠든 밤
소녀는 보았다
은혜가 덮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