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양파 그리고 나
(에피소드 1)
어릴 때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버지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님과 누나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자랐다. 결혼한 큰형님네 얹혀살면서 학교를 다녔고, 큰 형님께 많이 얻어맞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해병대에 입대하셨고, 거기서 말뚝을 박으셨다.
소개로 전라도 시골에서 농사짓던 집안의 엄마와 결혼하셨고, 부모님은 목포에서 멀리 떨어진 김포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게 된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두 분은 작은 단칸방에 세를 들었다. 늦가을, 바람이 파고들어 차디찬 방, 흔한 티브이나 라디오도 없는 휑한 그곳에 오직 방바닥만이 지글지글 끓었다.
당시 임신한 엄마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주인집 밭에 심긴 바람 든 양파를 가져와 먹었다. 터무니없는 하사관 월급의 절반은 선임이나 후임들을 위한 술값으로 나가고 초라한 단칸방 사글세로 나가고 거기서 얼마는 시어머니를 위해 쓰고 나머지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내가 태어났고, 그래도 부모님은 무척 행복하셨다. 나는 머리 쪽에 출혈이 있어 한동안 인큐베이터 생활을 해야 했다. 퇴원하는 날, 그동안 밀린 병원비를 정산해야 했는데, 부모님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전라도 일로에서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가 강화까지 오셨다.
그 먼 데서 외할머니는 양손에 선물을 가득 싸들고 올라오셨다. 직접 짠 참기름, 고춧가루, 볶은 깨, 아기옷 같은 것들. 입원비부터 티브이를 비롯해 잡다한 세간살이까지 모두 지불해 주셨다. 그리고 얼마간 그 단칸방에 함께 머물면서 엄마의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다. 그들은 갓난아기인 나를 이불로 따뜻하게 둘러싸서 찬바람을 막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