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똥개
(에피소드 2)
다시 이년 후 늦가을, 남동생이 태어났다. 아직 똥오줌 못 가리는 세 살배기 나는 동생의 눈을 후벼 팔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시골 외할머니 댁에 보내졌다. 이제는 흐릿하지만, 외할머니댁에서 키우던 소들이 기억난다. 아침마다 지저귀던 참새소리, 구수하게 풍겨오던 여물 냄새, 그리고 밤마다 들려오던 대나무 귀신소리.
외할머니가 홀로 논밭일로 바쁘실 텐데도 나를 정성스럽게 돌봐주시던 어느 여름날,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오셨다. 어쩌다 모기가 내 얼굴을 물어뜯었는지, 아침에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고 아버지는 어머니께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혼하자며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셨다가, 곧 다시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외할아버지와 젊은 시절 사별한 외할머니는 혼자서 억척같이 육 남매를 키워내셨다. 집 둘레에 펼쳐진 논과 밭을 지어먹고 살면서 닭이랑 소도 여러 마리 키우셨다. 논에서 난 쌀은 정미소에 팔고, 밭에서 난 채소는 시골장에 가서 파셨다. 양파, 마늘, 대파 같은 채소들을 커다란 광주리에 가득 담아 그걸 사뿐히 머리에 이고 집 근처를 지나는 기차를 타러 가셨다. 기차는 아주 가끔씩 일로역을 지나갔고 할머니는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땅거미가 내려서야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참, 시골집엔 나를 볼 때마다 멍멍 짖던 개들도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기 똥을 자기가 먹던 똥개들과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곤 했다. 어른들이 지나가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녀석들이 내가 다가가면 어김없이 컹컹 짖어대곤 했다. 그건 그 시절 내가 덩치가 작은 아기 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왠지 서운하면서도 결코 지지 않으려 같이 멍멍 소리쳤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그리고 몹시 피곤하실 텐데도 나를 안고 업고 일을 하시던 외할머니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