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집 첫 기록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지내다 보면 많은 레퍼런스를 찾게 된다.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하는 특성상 여러 자료를 보고,
상황에 맞춰 조율하며 설계와 디자인을 풀어내는 것이 내 일이었다.
그런데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어느 순간 내 디자인이 무채색처럼 느껴졌다.
연차는 쌓이는데 발전은 없고, 늘 비슷한 결과물만 나온다는 답답함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스케치를 매일 안 해서 그렇다”,
“레퍼런스를 정리하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내가 고민하는 본질적 지점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설계와 디자인의 기본기를 갖출 것.
둘째,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
셋째,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하되 그 안에 일관된 ‘내 취향’을 녹여낼 것.
나는 늘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했고, 셋째 조건이 빠져 있었다.
좋아 보이는 요소들은 프로젝트마다 가져왔지만, 일관된 취향은 없었다.
그 사실은 최근에서야 명확히 보였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병원 인테리어 계정만 가득했다.
새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때마다 계정을 들여다보며 디테일을 따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결과물은 늘 무던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 디자인이 같은 결을 반복한 이유는, 취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회사들은 노션이나 공유폴더로 레퍼런스를 공유하며 브랜드 색을 쌓아간다.
내가 거쳐온 회사에서는 사정상 그게 불가능했지만,
있었다면 내 취향을 발견하는 속도도 빨랐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한계점을 직접 마주했고 답을 스스로 찾게되었다.
“취향을 찾는다는 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
잠시 쉬어가는 지금,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발견을 했다.
이번 깨달음을 시작점으로, 내 취향을 조금씩 쌓아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