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마음이 형태를 가지는 순간
우울증을 겪고 난 뒤로,
내가 선택한 길은 바로 글쓰기였다.
너무나도 복잡한 대인관계,
그리고 거기서 오는 나의 예민함.
처음엔 단순한 기록으로 시작한 글이
지금은 내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 속
중요한 깃발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혼자 마음먹었다.
“글을 될 수 있으면 하루에 한 개라도 써보자.
글 쓰시는 분들 중에서도, 글은 양도 실력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루에 한 편씩,
짧게나마 어떠한 형태로든 적어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하는 설계 일처럼 정밀하게
글의 형태를 짜서 줄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이란,
내 마음에 와닿고, 느껴지고, 형태로 남아
나에게 영향을 주는 추억이자 기록이기에
설계 일처럼 감정을 정돈해서
보여주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감정을 느끼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느끼고 배우고,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이
좋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구나.
억지로 쓰는 글은 나와 맞지 않았다.
‘꾸준함’이라는 멋진 위상에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고
나를 채찍질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진심이 담긴 글을 원했을 뿐이다.
좋은 글은 설계처럼 구상하지 않아도
마무리가 명쾌하다.
그저 확실한 내 마음의 형태를
글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오늘도 글로써 내 마음의 불안함에서
스스로 날 이끌어준 것 같아, 이 새벽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