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입니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든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특정 기업에만 해당되는 비체계적 위험(idiosyncratic risk)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주가가 급락했던 것은 전형적인 기업 고유의 리스크, 즉 비체계적 위험입니다. 이런 리스크는 특정 기업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한 기업에만 투자했다면 그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게 되지만, 두 기업에 나누어 투자하면 그 영향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할수록 이런 개별 리스크는 점점 희석됩니다. 워렌 버핏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아내에게 자산의 90%를 S&P500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개별 기업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특정 종목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체계적 위험은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다변화해도 줄일 수 없습니다.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돌처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모든 자산 가격을 동시에 흔들기 때문에, 분산 투자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을 보면 조금 낯선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 사태, 그리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만들어내는 시장 변동성은, 우리가 수십 년간 배워온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의 구분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 SNS에 올린 짧은 글 하나에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수천조 원 단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금융당국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발언해 왔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이런 리스크는 특정 개인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는 비체계적 위험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이 시장 전체로 확산된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체계적 위험의 성격을 띱니다. 다시 말해 개인의 변덕처럼 보이는 요인이 전 세계 자산 가격을 동시에 움직이는, 기존의 구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주식시장은 참여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장처럼 느껴집니다. 기업의 실적이나 산업의 구조적 변화보다, 특정 정치인의 발언 하나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투자 판단의 기준 자체가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원칙도 이런 환경에서는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투자자는 자신의 분석이 아니라 외부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결과를 맡기게 되고, 이는 시장 참여 자체를 하나의 불확실한 도박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장일수록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어떤 종목이 핫하다는 이유로 신용까지 끌어 한 종목에 몰빵하기보다는, 여러 자산과 종목에 적절히 나누어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원칙을 더더욱 지켜야 할 시기입니다.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새로운 전략을 찾기보다, 이미 검증된 기본 원칙에 충실한 투자가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