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동계올림픽 컬링 중계를 보다가 하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컬링 대표팀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월급을 받으며 운동에만 집중하는 전업 선수들인 반면, 해외 선수들 중 상당수는 평소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틈틈이 컬링을 연습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이기고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과연 지금의 엘리트 체육 정책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오랫동안 국가 주도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특정 종목에 집중해 훈련하고, 성인이 되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소속으로 급여를 받으며 운동을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재원이 대부분 세금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에도 못 미치고, 중앙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스로 벌어들이는 재원보다 외부 재원에 더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일부 종목 선수들을 전업으로 고용해 지속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한정된 재정을 우선순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산업 기반도 약하고 문화적 영향력도 제한적이던 시절, 올림픽 메달은 국가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수출 강국으로 자리 잡았고, K-콘텐츠 산업을 통해 문화 강국으로서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서의 성과를 위해 특정 종목에 지속적으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여전히 정당한 선택일까요?
실제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스노우보드의 최가온 선수는 기업 후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롯데의 지원을 통해 훈련과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펼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를 후원하고 치료비까지 지원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하나의 대안을 보여줍니다.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면 기업의 후원을 통해 성장하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구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종목을 세금으로 떠받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이 있는 선수와 종목은 민간 후원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입니다. 국가의 역할은 모든 것을 직접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시장과 민간이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다고 해서 애플이 삼성 반도체 수입을 중단할까요? 해외 팬들이 BTS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될까요? 이제는 올림픽 메달이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