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야구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게 아쉽게 패했고, 일요일에는 대만에게도 지면서 이번 대회 역시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연봉을 수십억 원씩 받는 선수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격이 그 대상의 실력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봉이 높으면 그만큼 뛰어난 선수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연봉이 과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보면 선수들의 가격, 즉 연봉은 국제대회에서의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연봉은 경기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적으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받지 않아야 합니다. 선수의 가격은 리그의 인기와 시장 규모, 그리고 팬들이 얼마나 그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투수들이 볼질을 하고, 내야수들이 알을 까고, 타자들이 헛스윙만 하더라도 관중들이 그 모습을 재미있어 하며 계속 야구장을 찾고 중계를 시청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수요가 계속 높다면, 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 역시 시장의 논리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최근 KBO 리그의 상황을 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납니다. KBO는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매년 관중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중계권과 광고 수익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도 커집니다. 결국 선수들의 연봉은 개인의 순수한 실력만을 반영한다기보다, 그 리그가 만들어내는 시장의 크기와 수요를 반영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물론 WBC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감동이 프로리그로 이어지며 관중이 늘고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내 프로축구가 크게 활성화되었고, 프로야구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반대로 국제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면 팬들이 실망해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꼭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2008년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지만,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와 시장 규모는 오히려 꾸준히 커져 왔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선수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대회 성적 자체라기보다, 결국 리그를 소비하는 팬들의 수요와 시장의 크기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실력, 도덕성, 노력, 혹은 어떤 사건의 결과 같은 것들이 곧바로 가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격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뿐입니다. 실력이나 명성, 성적 같은 요소들은 그 자체로 가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사고 싶어 하거나 덜 찾게 만드는 방식으로 수요에 영향을 줄 때에만 가격에 반영됩니다. 반대로 그런 요소들이 실제 수요나 공급을 바꾸지 않는다면 가격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단순한 원리를 기억하면, 우리는 스포츠뿐 아니라 일상 속 다양한 현상들을 조금 더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