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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May 09. 2024

벚꽃 없는 벚꽃엔딩

- 점심시간의 여유

방금 밥을 먹어서인지 배가 부르다.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리기에 귀를 쫑긋 세웠고 나중에 알고보니

구로구에서 올해 10월까지 관내 여러곳에서 구로愛 버스킹을 운영중인데,

오늘은 직장인 점심시간에 노래를 전하는 '2024 직장愛 버스킹'이 이뤄지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음료 및 주전부리 판촉행사가 있기에 구경 좀 하다가 이번 주말에 먹을 과자를 몇 개 샀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가려다 잠시 앉고 싶어서 버스킹 하는 곳을 흘낏보니

잠시 쉴 겸 빈 의자가 있어서 앉았다. 

때마침 바람도 불어와 목덜미가 아주 시원했고 아까 노래했던 힙합 가수는 방금 무대에서

내려왔고 발라드 차례가 된 모양이다.


좌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맨 뒤줄에 앉아 노래 3곡을 연달아 들었다.


김동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SG워너비, '라라라'

장범준, '벚꽃엔딩'


내 최애 가수 '김동률'의 노래가 나오니 우선 반가웠다. 

그 가수분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창을 해 주셨다. 


가수분이 신청곡 있냐고 묻는다.

나는 김동률의 '그게 나야'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그 소심함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수근수근 하는 사이 가수분은 '라라라' 괜찮냐고 물었고 우리는 박수를 쳤다.


이제 진짜 마지막 노래라 한다.

분위기는 맞지 않는 듯한데 '벚꽃엔딩'이 어떠냐 수줍게 묻는다.  

이미 벚꽃이 떨어져 녹색으로 온 몸으로 두른 나무들 사이로 장범준의 노래가 퍼져나간다.

시원한 바람을 따라 구석구석 이미 사라진 벚꽃이 순간 되살아난다. 


이 시간

나에게 자유가 허락된 이 시간, 눈을 감고 노래가락에 몸을 맡긴

가수분은 꾸벅 감사인사를 하고 주전부리 가득한 흰 비닐봉지를 집어들고 난 사무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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