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돌계 앞 개울가 그 많던 소똥구리는 다 어디 갔을까?
Episode 9. 그 시절 그 곱돌계 앞 개울가 소똥구리들은 어디 갔을까?
얼룩빼기 황소가 듬성듬성 나있던 풀밭에 비스듬히 누워 여름 한낮의 더위에 지친 듯 이유 없는 되새김질에 껌뻑이던 커다란 눈동자 주변에는 날파리가 날아 귀찮은 듯 가끔 고개를 가로저으며 긴 꼬리로 몸에 달라붙어 귀찮게 하던 쇠파리를 쫓고 앉아 있던 곱돌계 앞 개울가
우리는 그 개울가 모래밭에서 까만 고무신을 벗어 한쪽을 반 접어 다른 한쪽에 밀어 넣고 모래차 놀이와 며칠 전 들에 매어 놓았던 소가 쌓노은 소똥 속을 뒤적거리며 소똥구리를 잡기도 하고 개미귀신이 파놓은 소용돌이 모양의 모래 속을 조심스레 뒤적이면서 개미귀신을 찾고 있었다.
가끔 소똥 속에서 소똥구리를 한 마리 잡기라도 한날은 운이 무척 좋은 날이었으며 그 소똥구리를 가지고 모래 위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곤 하였다.
그 당시 곱돌계 앞 개울에서는 자갈을 채취해서 팔던 일이 꽤 짭짤한 부업거리기도 했다. 아마도 지금은 불법이겠지만 그 당시 동네 아주머니들은 그 힘든 삽질을 해가면서 커다란 모래채를 걸어놓고 자갈과 모래를 분리해서 건축 자재로 팔기도 했다.
그 모래와 자갈을 때까 되면 가지러 오는 트럭(우리는 모래차로 불렀음)이 있었고
우리 어머님도 달령이 형 어머님과 함께 자갈밭에서 그 일을 하시곤 하였다.
어머님이 갈증 나실까 봐 나는 노란 주전자에 우물물을 길러 설탕을 타서 내어 가곤 했다. 그 참에 우리는 그 옆 모래밭에서 고무신을 벗어 모래차 놀이와 소똥구리 잡기도 하고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신나는 야구놀이도 하였다.
아마 지금 아이들은 야구글러브와 야구공을 사고 야구배트도 사가지고 하겠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 시골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을 때였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털이 다 빠져나간 말캉거리는 까만색의 고무만 남아있던 테니스공하나만 있으면 나머지는 자급자족이었다.
글러브는 비료 포대를 종이배 접듯이 접어 손을 밀어 넣고 야구방망이는 고추 말뚝을 이용하던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나무를 하나배트 모양으로 깎아서 사용을 했다.
“영화 쿨러닝” 이 따로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베이스는 그저 돌을 몇 개 가져다가 표시를 해놓았다. 운동화도 없이 고무신을 신고 비료포대 글러브와 고추말뚝을 가지고도 반나절을 거뜬히 야구 경기로 우린 행복했고 그 경기 속에서는 우리 모두 메이저리거였다.
다 늘어진 하얀색이 누렇게 변해 버린 메리야스를 입고 때가 꼬질꼬질 낀 반바지에 까만 고무신은 아마도 그 당시 그 동네 모든 아이들의 공통적인 패션이었던 듯하다.
그런 우리들의 초라함이 그 당시는 초라함이 아니었고 일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그 개울가에서 뛰어놀다가 갈증이 날 쯤이면 7월 칠석 동네 아버님들이 협동작업을 통해 새로 노인 나무다리 아래 흐르는 물에 얼굴을 박고 시냇물을 시원하게 들이켜곤 했다. 그 나무다리는 길이가 20m 정도 되는 길이의 다리로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딱 알맞은 다리로 여름이 올 때쯤 큰 장마가 한번 휩쓸고 가면 간신히 뼈대만 남아 7월 칠석에 다시 보수하고 다듬어 한 해를 보내곤 했다. 그 다리 위에서 앉아 흘러가는 시냇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갈겨니, 피라미, 돌고기, 납자루 붕어들의 움직임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의 맑은 물이었고 저녁노을이 내려앉을 즘이면 그 개울물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너무도 장관이었다. 그렇게 한여름 소똥을 헤집으며 잡은 소똥구리는 저녁이면 다시 소똥 속에 노아주곤 우리들의 손톱아래에는 새까만 소똥과 모래들만 가득 찬 채로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맞이했다.
아마도 그 시절 그 여름밤은 우리가 놓아준 소똥구리들의 고마움의 눈물이 밤하늘 별똥별이 되어 마당 한편에 깔아놓은 멍석에 누워 바라보던 그 밤하늘의 별똥별이 소원을 빌 새도 없이 쏟아져 내려 모깃불의 매캐한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간 듯하다.
그 여름밤 어머님의 무릎을 베고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의 수없이 빛나던 그 별들은 아직도 나의 눈에 선하고 그 여름밤 나는 어머님의 품에서 나던 땀냄새와 음식냄새 그리고 동동구리무의 냄새가 섞인 샤넬 향수 보다 더 향기로운 우리 어머님의 그 체취와 밤하늘의 별똥별 그리고 모깃불의 매캐한 연기내음에 멍석자욱이 나의 몸에 문신을 남길 때까 지지 잠이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