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우 Jul 04. 2018

22_"아빠가 잘못했어.
정말로 아빠는 네가 좋아."

돌아선 마음을 풀어주는 일은 하루를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143. 

동감의 훈육법은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신대륙의 발견에 비견할 만한 이 발견으로 

아비와 뚜루뚜뚜루뚜는 한동안 훈육을 하는 동안에도 

큰 문제없이 관계를 유지합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동감의 기억은 분명 작용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날, 그때, 아빠가 내 맘을 알아줬잖아."

유리구슬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기억으로 뇌의 주름 어딘가에 남겨졌으리라 소망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영원히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뚜루뚜뚜루뚜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뚜루뚜뚜루뚜의 감感은 놀랄 만큼 뛰어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에 어떤 말이 이어질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아, 지금은 아빠가 나를 이해해주는 타이밍이야, 

이제 곧 규칙을 정하고, 

오늘만 예외를 인정해줄 거야.'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러면 긴장은 느슨해지고 저항은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훈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제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144.

작은 뚜루뚜는 형의 행동을 모방합니다. 

큰 뚜루뚜가 자신을 비춰볼 거울로 아비와 어미 밖에 없었다면, 

작은 뚜루뚜에게는 아비와 어미보다도 어떤 점에서는 더 강력한 형이라는 거울이 있습니다. 


작은 뚜루뚜는 일찌감치 형을 통해 동감의 훈육법을 간파합니다. 

형에 비해 머리 회전이 놀랄 만큼 빠른 작은 뚜루뚜는 

'아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만.' 

재빨리 눈치를 챕니다. 


작은 뚜루뚜는 온순하게 아비의 꾸지람을 듣고 있다가도 

훈육을 마치고 안아주려는 타이밍이 되면 다시 반항합니다. 

큰 뚜루뚜의 반항을 일찌감치 보아온 작은 뚜루뚜는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동감의 감동은 점차 감소합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정해진 패턴이 있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고정된 패턴을 떠나 더 유연하게 굽이치는 말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아비의 말과 아이의 말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갑니다. 






145.

가끔은 뚜루뚜뚜루뚜의 마음이 쉽사리 풀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과 달리 과하게 아이들에게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돌아서자마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럴 때면 나는 간접적인 보상을 활용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맛있는 걸 사준다거나, 선물공세를 한다든가 하는 것은 올바른 사과법이 아닙니다.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말이 남긴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런 방법을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뚜루뚜뚜루뚜의 얼굴을 보며 말합니다. 

“아빠가 잘못했어. 그건 아빠 마음이 아니야. 정말로 아빠는 네가 좋아.”


사과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하나의 규칙을 세웁니다. 

돌아선 마음을 풀어주는 일은 하루를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능한 한 그날 화가 난 일은 그날 해결하고자 합니다. 


훈육은 뚜루뚜뚜루뚜에게 때때로 불안과 공포로 다가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해야 하는 일인 만큼 피할 수만도 없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가장 좋은 방법은 

미움의 앙금이 마음의 밑바닥에 쌓일 시간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비가 열심히 함께 하루를 보내면 

뚜루뚜뚜루뚜는 화를 풀고 마음을 열어줍니다.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잠이 듭니다. 

아이가 화난 채로 잠이 들어버려 사과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미안함을 전합니다. 


아비가 미안함을 표현하면 뚜루뚜뚜루뚜도 미안함을 표현합니다. 

아비가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뚜루뚜뚜루뚜도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주 간단한 규칙입니다.      




김이을 작가의 '뚜루뚜뚜루뚜와 함께 한 지난 10년'

이전 페이지

https://brunch.co.kr/@1716hanun/100

다음 페이지

https://brunch.co.kr/@1716hanun/31


매거진의 이전글 21_"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