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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an 06. 2024

목숨 걸고 지키는 명예 결투

(보기만 낭만적이지)


권총 결투, 보기는 멋진데, 정작 그들은.. –


중세와 근대시대는 명예가 아주 중시되던 사회였다. 사회적 정점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그러한 것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의 명예를 실추한 경우 이를 그냥 넘기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찾는다. 바로 결투를 청하게 된다. 해석컨대 생명을 걸 정도로 그들은 명예를 중시한 시기의 해결책을 결투에서 찾았다. 결투에서 이긴 행위는 재판에서 이긴 것과 같은 효력으로 간주되었다. 단, 결투는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했기 때문에 상호 간 수준이 엇비슷해야 결투로 이어진다. 보통 평민이 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귀족이 절대 결투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냥 처단하거나 다른 처리를 했다.


17세기 무렵까지는 검을 이용한 결투가 주종이었다. 18세기 총기가 발명된 후부터 결투에 비로소 총기가 도입되었다. 칼보다 명쾌한 결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준비가 용이했다. 결투에 사용된 총기는 주로 권총이었다. 사용되는 권총은 군에서 사용되는 일반 권총이 아니다. 결투 용도에 맞게 특별히 제작된 고급스러운 총기이다. 귀족들은 개인적으로 멋진 4각 고급 보관함에 보관해 두었다. 두 사람이 서로 결투하기에 권총은 2정이 한 세트로 만들어졌다. 공정한 결투의 의식에 합당하려면 두 개의 권총이 완벽히 동일해야 했다.


총기의 성능 차이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 따라서 정밀성이 갖추어져야 하므로 상당히 고가의 기기였다. 총기의 불발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결투에서 명적 결함이므로 완벽한 격발 성능이 구비된 총기라야 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총기 불발이 생겨 결투를 연기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강선이 없는 전방장탄식 장전총인 머스킷 방식이 사용되었다. 화약을 전면 총열에 붓고 탄약을 장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총괄하는 입회인이 다 준비한 후 장전된 총기를 건너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종 발사는 대결자의 몫이다. 그리고 준비, 겨냥, 발사 구령을 하거나 또는 휘슬을 부는 방식도 있다. 지역과 입회인에 따라 조금씩 상이한 운영을 한다. 권총의 강선을 없앤 이유는 살상력이 높아 치명적이라는 것인데 결투의 목적이 살상보다 기사도 정신에 입각한 결투하는 용기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후 근대 총기인 후장식 장탄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결투는 신사도를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엄격했고, 1777년에는 코드 듀엘로 (code duello)라는 결투 규정이 만들어졌다. 아주 상세하게 결투의 방식을 규정한 것이다. 결투 현장에서의 모든 진행은 입회자의 명령에 의해 진행되었다. 생명을 건 대결이라 그 명령은 추상같았다. 입회자는 조금이라도 양 당사자간 공정함이 보장되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결투를 중단하기도 했다. 권총 결투는 유럽에서 많이 이용된 결투 방식인데 오히려 가장 유명해진 사례는 미국의 한 결투였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알렉산더 해밀턴과 부대통령인 애런 버가 벌린 결투였다. 너무 유명한 미국 정치인 거물 간의 결투로 세계가 주목할 정도였다. 10$짜리 미국화폐에 초상이 된 해밀턴이기에 관심의 집중이 되었다. 결과는 애런버가 이겼다. 어쩔 수없이 결투를 수락한 해밀턴은 결투에서 상대에게 발포를 안 했는데 상대인 버는 발포를 했다. 해밀턴은 사망했다. 그러나 애런 버 또한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당시 뉴욕은 개인 간 결투가 불법이라 옆의 뉴저지로 주 경계를 넘어가 벌린 일이다. 이후 유럽에서 총기 결투는 불법으로 간주하여 금지가 되었고 코드 듀엘로는 유명무실 해져 소멸되어 갔다.


시기적으로 흑백영화가 발명된 이후에는 당시 결투장면을 기록한 영상이 현재도 제법 남아 있다. 서부영화에서 약간 공정하게 결투를 한답시고 서로 권총을 먼저 뽑는 자가 승리하는 서부극들이 많이 보이지만 이는 영화 관객을 위한 장면이다. 미국 영화업자에게는 결투씬은 관객들이 아주 좋아하고 돈벌이가 되는 소재였다. 영화내용 중에서 가장 클라이맥스가 되는 장연으로 이것은 주로 끝장면에 많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많이 상이했다. 실제로는 미국 서부에서는 공정한 결투보다는 비신사적 사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총을 소지한 서부 시대여서 개인 간에 벌어진 마주 쏘는 권총 결투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는 수만을 헤아렸다고 한다. 총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보다 손쉬운 갈등 해결 방법이지만 그 대가는 아주 컸다.


최근에 마크 저커버거와 엘론 머스크가 관점이 다른 설전을 벌이다가 격분하여 서로 격투기를 하자고 결투신청을 하여 가십거리가 된 일이 있었다. 이들은 하도 괴짜들이라 저러다 진짜 둘이 붙는 것 아닌가 했다. 법이 모든 분쟁해결을 하는 세상에 다시 과거방식으로 결투를 하자니 참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또는 유치하다 해야 하나 분간이 안된다.


과거의 결투는 명예를 존중하는 신사도라 여겨졌다. 명예를 건 무기 결투를 한다는 것은 그것으로 연유될지도 모르는 생사를 초월하는 중대사이다. 당연히 당시에 엄격히 정해진 룰에 따라 준비가 된다. 대리인의 선정, 결투 일정과 룰의 결정, 무기의 선정 등이다. 그러면 두 결투자는 그때부터 직접 의사소통을 않고 모든 소통은 대리인들끼리 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결투자는 일류 사범 등을 초청하여 초단기 결투 수업을 받는다. 유럽국가는 결투방식에 대한 성문법적 룰이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엄격했다.





에이모 토울스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에 나온 결투에 관한 내용들이다.


니나가 백작에게 물었다.

‘결투해 본 적 있어요?’

‘귄총을 들고 서른두 걸음 걸어가서?’


‘어떤 결투 규칙요?’

‘결투 시간과 장소, 어떤 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만일 권총이라면 몇 걸음을 걸어간 뒤에 쏠 것이며, 한 번만 쏠 것인지 그 이상 쏠 것인가 따위지’


‘이봐, 친구 이것 알아? 1700년 초에 러시아 장교들이 결투라는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들은 결투를 지나치게 열광적으로 좋아했지. 그래서 그걸 그대로 두면 머잖아 군대를 이끌 사람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차르가 결투 행위를 금지했다는 것 말이야’



사실 결투는 해당된 신사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서 관례적으로 새벽에 외딴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투장소가 더 아름다워지고 권총이 더 멋들어지면서 잘난 남자들은 점점 더 사소하고 하찮은 모욕에도 자신의 명예를 걸겠다고 결투에 더 흔쾌히 나서는 형편이 되었다. 처음에는 큰 죄에 대한 반응으로 결투가 시작되었다면 1900년 무렵에는 계속 째려본다 거나 모자를 삐딱하게 썼다 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결투의 이유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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