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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an 04. 2024

유목4계, 이동의 과정이다 –

(척박한 생존, 낭만은 아니다)


유목문화는 이동의 문화이다 –

 

중원문명과 유목문명은 지역에 따라 생존 준거방식이 다르니 이질 문화로 나누게 되었다. 두 문명의 구분고리를 조금 달리 풀에서 찾아보자. 쌀이라는 풀과 초원의 풀로 나누어 본다. 둘다 생명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차이는 어떤 문명은 일차적 풀인 벼를 사람이 그대로 먹고 다른 문명은 풀을 먹은 가축을 사람이 먹는 차이점이다. 둘 다 풀을 1차, 2차로 먹는다는 것은 동일한데 결과는 상호 이질적 문화가 확대되었다.


이질적 문화 차이는 먼저 가축이라는 매개물이 개입되어 달리 나타났다. 가축은 식량(풀)이 고갈되면 더 이상 생존이 불가하니 식량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을 한다. 문제는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도 덩달아 가축을 따라가야 한다는 데서 이동성 문화가 잉태되었다. 양단의 이질적 문화비교는 다음에 알아보고 이번에는 과거 유목 부족들의 계절적 이동을 이야기해 보자.



장성의 북방은 겨울이 가장 혹독한 계절이다. 이동을 해야 한다. 가축을 끌고 겨울 야영지로 간다. 계곡같이 지대가 낮은 곳이나 강유역의 저지대등이다. 이동식 주택인 게르에 두르는 펠트천을 감고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펠트는 게르 내부를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단열재 역할을 잘해준다. 양털에서 만들어진 펠트천 조직은 아주 우수한 방한 장비이다. 가축들은 게르 근처에서 방목을 한다.


겨울용 건초가 없거나 있다 해도 충분하지 않으니 가축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해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하며 그래서 가축들도 겨울에는 거의 한계 체중까지 야위어 진다. 수년, 몇십 년 간격으로 감당이 어려운 혹한이 몰려오면 상당수 가축들은 전멸을 우려할 수준까지 수가 줄어든다.


봄이 온다. 초원의 봄은 상대적으로 늦게 온다. 3월 말이나 4월이 돼야 한다. 겨우내 야외 활동을 중단한 유목인들에게 봄은 소생의 계절이다. 쌓인 눈이 녹고 봄에 비가 오면 초원도 조금씩 풀이 자라난다. 겨울 내내 눈으로 하얗게 덥혔던 초원은 봄이 오니 초록색으로 화장을 한다. 유목민들은 적당한 초지를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축들이 먼저 어디가 좋은지 사람보다 더 잘 안다. 겨우내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어 야윈 가축들은 다시 체중이 복원되는 시기이다. 양들은 이 시기에 새끼를 낳는다.  양들의 젖을 짜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다시 여름 초원이 풍성한 곳으로 이동을 다시 시작한다. 지역에 따라 봄풀은 어느 정도가 되면 금세 시들어 가축들은 여름을 보낼 곳으로 가야 한다. 지대는 주로 북쪽으로 위도를 올려서 이동한다. 또한 지대도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가축들이 부지런하게 풀을 뜯지만 유목민들도 할 일이 많다. 말젓에서 나온 것으로 쿠미즈라는 술을 담그고 젖을 발효시켜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식량을 비축한다. 가축의 털로 생활 용품을 제조한다. 양털로는 펠트도 만들고 낙타의 긴 털을 꼬아서 직조를 한 후 방석, 장갑, 말안장등이 만들어진다. 펠트는 양모에서 후가공을 거치면 훌륭한 직조천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양탄자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침에 방목한 양과 염소는 일몰 전에 다시 게르 주변으로 몰고 오는 작업을 한다. 이때 사용하는 이동 수단은 말을 이용하게 된다. 그래서 말과 인간의 결합체라는 말을 한다. 유목민 아이들도 하루 종일 말과 생활하니 어릴 적부터 완벽한 기수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대부분의 유목생활 기초 유지를 하는 것이 특색이다. 남자들은 가축 관리와 사냥 그리고 화살제작 등의 전쟁준비와 같은 일에 관심을 쓰니 유목인 가정과 부족관리는 주로 여성들 몫이다. 그 결과 일찍이 양성평등 사회가 되었다.


가을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여름에 비해서 아주 짧은 기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9월 말에 벌써 눈이 내리기도 하고 기온은 급강하하기 시작한다. 늦가을이 완연히 오기 전에 겨울 야영지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들을 통상 쉽게 겨울 야영지를 잘 물색한다. 한평생 해온 생활관습이기 때문이다. 가축을 위한 건초를 일부 준비하여 겨울나기를 대비한다. 겨울철 가족들을 위해 식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일부 가축을 잡아 고기를 훈제하는 등 바쁜 생활시기이다. 유목부족들은 이때가 또 다른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다.


외부세계에 천고마비의 계절로 알려진 활동을 한다. 바로 노략질 윈정 활동을 하는 시기이다. 말들도 사람들도 가장 힘이 넘치는 시기이다. 변경지역에 있는 정착 농경사회는 이때가 수확을 거두어들여 많은 곡식이 쌓여 있는 시점이다. 그들이 남쪽의 변경 중 어디로 원정을 갈지는 그때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사전에 윈정을 위한 정보탐색을 미리 해 두었던 곳 중에서 선정을 한다. 그리고 속전속결식으로 원정을 하고 탈취한 곡물 등을 가지고 돌아온다.


이것은 유목부족의 겨울나기에 큰 도움이 되는 곡물 양식이 된다. 노략질하는 유목민들을 비난할 수도 있으나 중원국가들은 수시로 상호 교역을 중단시키는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중원제국과 상호 우호적인 시기에는 국경지역에 호시를 열어 물물교환을 하지만 그 교역 환경은 항상 바뀐다.





유목민들의 계절 이동성은 대략 반복적인 듯 보이지만 때로는 주위 내외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들을 강한 외부세력이 침공을 했을 때 선택을 해야 한다. 적에 대응하느냐, 혹은 다른 곳으로 도망이냐를 결정한다. 유목민들을 특히 선천적 이동성 부족이라 일단 도망이 결정되면 이 또한 신속하게 해 치운다. 그리고 정착국가의 윈정대보다 더 빨리 제법 먼 곳으로 집단 이주를 한다. 멀리서 윈정 온 군대들은 현장에 도착해 보면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빈터만 남아있다. 윈정대가 다시 물러가면 유목부족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돌아와서 다시 게르를 설치한다.


조금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흉노의 척결에 올인 한 한무제가 지속적으로 전쟁을 지속한 경우이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완전히 아주 먼 곳으로 이주를 한다. 그래서 그들을 서아시아로 갔다. 그리고 또 계속 서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 시기에 흉노는 수차례에 걸쳐 서쪽으로 단위 부족들의 집단 이주가 일어났다. 그들을 거기서 다른 선 정착한 유목부족을 만나서 합치기도 하고 그들을 내쫏는 전투도 하였다. 수백, 수천 킬로의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주를 한 이동의 달인들이다. 그러면 이 이동 기간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모르게 그리 잠적한 그들은 한 두 세기를 그곳에서 정착하고 힘을 기른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강성해지면 그곳에서 패권을 행사한다. 몽골리아 지역에서 초원 회랑 약 9,000km를 따라 수세기를 가다 보니 그들을 어느새 동유럽에 이르렀다. 그곳에 정착한 동고트족을 내모니 패망한 그들은 서고트족 지역으로 패주 했다. 서고트족마저 패주 하게 되어 서로마에 진입하게 된다. 서양역사에 나타난 흉노는 타 유목민과 세력을 합쳐 나타났다. 그들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상한 족속이었다. 그런데 활과 말을 귀신처럼 쓰는 공포의 기마병 군단이다. 그들과는 도무지 전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훈족의 출현이다. 이때부터는 단순히 유목민들이 가축을 위한 계절성 이동을 초월한 단계이다. 그리고 그들을 가장 짪은 시기에 로마제국이 일군 영토를 능가하는 대제국을 만들었다. 누구는 400년 걸려서 일군 영토를 그들은 불과 20-30년 사이에 달성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쟁 스토리 대사변은 모든 유목제국들만의 주특기였다. 유목민들의 종횡무진 밑바탕은 오랜 이동성에서 발현된 것이다. 단, 국경이 없던 시절의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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