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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an 29. 2024

사냥꾼과 여인

(그래서 호모 사피언스이다)

원시 사냥꾼과 여인이 만든 세상


호모사피엔스라고 인류가 스스로를 부르게 된 이유는 이러했다. 오랜 기간을 통해서 인간은 항상 새로운 지혜를 터득해 왔다. 거기에다 도구까지 만들 수 있으니 가히 만물의 지배자가 되고 영장이 될 수가 있었다. 아마도 다른 짐승과 달리 두 손을 이용한 것이 주효했으리라 여겨진다. 불을 만들고 도구를 만들고 과학을 발전시킨 원인을 찾아보면 두뇌보다 오히려 두 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류학자도 아니면서 감히 이런 섣부른 주장을 해본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지각과 인지가 발전되었을 성싶다. 몇 가지 인지적 발달사례를 마음대로 추리해 본다.


case 1. 사냥꾼의 하루는 로또와 같다. 운이 최대로 작용한다. 운이 터진 날은 사냥한 짐승을 배불리 먹었다. 그 반대로 사냥감이 없을 때는 쫄쫄 굶어야 했다. 한 번은 사냥한 고기를 불에 익혀 먹다가 너무 많아서 그대로 두었다. 며칠 후 그대로 버리기가 아까워 조금 뜯어먹어 보았다. 우려와는 달리 먹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냥 두면 부패하는데 그런 부분도 없는 듯하였다.


그 이후로 그는 먹다 남은 고기를 불에 익혀 사냥이 안될 때를 대비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사냥감의 저장을 하게 되었다. 다음을 위해서이다. 그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위대한 발명을 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다음날 무언가 먹을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같은 부족 중에서 그의 집안만 저장된 먹거리가 보장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냥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우연히 사냥감을 산채로 포획하게 되었다. 그가 칼을 들어 산 짐승을 죽이려 하자 그의 부인이 갑자기 그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그리고 하는 말이, "배가 안 고프니 바로 죽이지 말고 다음에 먹을 것이 없을 때 그때 잡으면 어때요?"라고 제안을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좋은 생각이 될 듯했다. 그리고 이렇게 잡은 짐승을 우리에 넣고 키우는 행위를 시작했다. 우리 안에는 종류가 같은 짐승도 다른 짐승도 여러 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여러 달이 지나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종류의 짐승이 서서히 배가 부르더니 새끼를 낳았다. 우연히 암수가 함께 있어 생긴 현상이었다. 현상의 놀라움과 행복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1+1이 3이 되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들은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힘든 사냥보다 훨씬 더 편하고 안정적인 먹거리가 준비되었다.


그는 이제 터득한 우리 내에서 짐승 키우기 방법을 같은 부족 사람들에게 알려주니 그들도 아주 고마워했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 먹을 것이 항상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었다. 그 사냥꾼은 이제 그 부족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바야흐로 힘든 사냥 채집의 시대에서 한 단계 발전한 원시 목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지의 발달이 시작되었다.





Case 2. 또 다른 빵의 이야기이다. 빵은 지금부터 만년 전후에 만들어졌다. 원시시대 주식은 밀이지만 이것으로 빵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밀을 물에 불리고 갈아서 밀죽을 만들어 먹은 것이 음식의 시초였다. 그러다 새로운 시도로 밀을 갈아서 체에 치니 고운 밀가루가 되었다. 이것에 물을 부어서 짓이긴 후 뜨거운 돌판 위에 올려 두니 납작한 평판의 먹음직한 밀빵처럼 되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피자를 만들 때 기초가 되는 도우 같은 모양이다. 죽보다도 훨씬 식감도 좋고 먹기도 편했다. 죽은 휴대가 불편했는데 빵은 들고 가서 일하다가 점심때 먹을 수가 있었다. 빵은 휴대가 되니 아무 데서나 꺼내서 먹게 되었다. 가히 최고의 휴대 식량인 것이다. 휴대만 편한 게 아니었다. 먹은 후에 죽보다 배가 든든하였다. 농부도 병사도 모두 만족하게 되었다.


변화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다음은 이집트에서 발생한 빵의 발전 역사이다. 하루는 어떤 부인이 밀로 빵 반죽을 하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밀반죽을 그대로 방치했다. 반나절도 훨씬 지나서 이것을 발견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조금 쉰 내음이 났다. 또한 이상하게 처음보다 많이 부풀어 올랐다. 버릴까 하다가 당시에는 아까운 곡식을 버릴 수도 없어 그대로 한번 빵을 굽게 되었다. 그리고 냄새도 맡아보니 기존에 없던 조금 다른 빵내음이 났다. 아니 냄새도 더 좋았다. 부풀어 오른 모양도 이상했다.


그런데 형태가 과거에 보던 납작한 빵이 아니라 적당히 부풀어 보기 좋은 형상을 보였다. 안심이 안돼 조심스레 한쪽 구석을 조금 뜯어 맛을 보았다. 그런데 난생처음 먹어보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뿐 아니라 빵이 푹신푹신하고 입에서 스르륵 녹는 맛이 최고였다. 난생처음 맛본 상상을 초월한 빵맛이었다. 저녁에 돌아온 가족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수상한 빵의 모습과 맛을 본 가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빵맛을 본 가족들은 “어, 이게 무슨 빵이야”고 묻는다.


세상에 이런 빵이 어찌 만들어졌단 말인가 하고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다른 물성을 넣은 것이 있느냐고 아내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새롭게 넣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다음 날 부인은 전날 했던 꼭 같은 방식으로 반죽을 만들고 같은 시간 동안 방치하는 식으로 재탕으로 빵을 구웠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전처럼 풍성히 부풀어 오른 빵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그 새 빵이 만들어진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신 방식의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견된 생각의 진보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제빵 기술은 세계로 전파가 되었다. 밀은 이때부터 다른 곡물을 제치고 곡물의 왕으로 등극했다. 제일 먼저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그리고 그리스로 전해졌고 그리스에서 다시 로마로 알려졌다. 로마의 문화를 빵과 서커스라고 할 정도로 널리 알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빵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로마는 빵에 의한 풍요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공기 중에 있던 효모의 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다. 효모는 농촌의 곡물 다발에서도 발견이 쉽게 되는 성분이었다. 이 사실은 18세기 루이 파스퇴르가 발견한 효모의 작용을 배운 이후 에야 세상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처럼 효모의 원리를 알지 못한 채로 수천 년간 인류는 빵을 만들고 먹어왔다. 과학이 제대로 효모의 원리를 제대로 알기 시작한 시대는 18세기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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