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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Sep 13. 2024

영어톡 수업도 끈질기게..

(most tenacious)


물이 불을 이기는 것은 끈질김 때문


개인적 페르소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즉, 모든 사람의 성향을 보면 좋은 면, 나쁜 면, 지저분한 면 등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나 또한 한치도 다름없다. 관대한 잣대로 스스로를 봐도 스스로 못난 면이 잘 보인다. 체로 치면 큰 구멍이 숭숭 나서 걸려야 할 덩어리가 그대로 빠지는 불량 망이다. 반대로 조금 잘난 면도 있다. 그중 하나를 들면 일을 하는데 끈질기다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면 tenacious 나 persevering이라는 단어가 해당된다. 나폴레옹이 한 말이라 유명해진 것이다. "승리는 끈질긴 자에게 돌아온다" (The victory belongs to the most persevering.) 


영어톡 수업을 한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필리핀 영어선생과 하는 free talking 수업이다. 이것 또한 처음에는 무조건 3년을 해야겠다고 시작했다. 아직 1년이 기간이 남았다. 내가 주장하는 이론은 무엇을 하던 첫 3년을 지나고 나서 더 이상 할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나의 철칙처럼 되어 버렸다. 타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습관 요인으로 생각된다. 특히 우리 자식들에게 어떤 조건에서도 3년을 끈질기게 버티라는 강한 메시지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남에게 말을 자주 했으니 나는 더 열심히 이런 신조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새해 작심 3일이라는 말은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 금기어가 된 듯하다. 입장을 바꾸어서 보면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 작심을 하고 조금 하다 중단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때로 그럴 수는 있지만 이게 점점 일상화된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매사 결정에 신중해야 하고 한번 결정한 것은 잘 지켜야 주위로부터 신뢰할 수 있다는 좋은 평판을 얻게 될 것이다.


바둑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주로 아버지나 선배에게서 여러 점을 깔고 배운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돌이 하나씩 줄어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오래 하면 드디어 맞바둑을 두는 수준에 도달한다. 나중에는 드디어 배우던 스승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어디 바둑뿐일까. 무협지 소설이나 영화는 주로 이리 시작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여기서도 또한 질긴 놈이 이기는 베이스는 동일하다. 포기하지 않는 놈이 결국 승리하는 룰을 따른다.







외국 언어란 사용하는 기회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사업이 분주할 때는 자주 해외 출장을 갔다. 현지에서는 그들과 응당 현지 외국어를 쓰며 대화를 해야 했다. 어떨 때는 일주일 이상을 그들과 계속 대화를 해야 했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부터는 점점 현지를 방문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외국어를 사용할 기회는 사라져 갔다. 일본어가 그중의 하나였다. 제법 잘하던 일본어도 이제 갑자기 말이 잘되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러시아어를 한참 할 때는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나오는 방송도 제법 알아듣고 또 필요한 대화가 되었다. 큰 어려움이 없던 상태에서 지금은 거의 다 망각된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것이 영어가 되었다. 이 또한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 결과는 전술한 언어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래서 현상유지를 위해 다시 영어 대화수업을 통해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영어마저 대화 수준이 떨어지면 상실감이 클 듯하였다. 그래서 이것 하나만은 끝까지 계속해보려고 한다. 


영어수업을 하는 방식은 정해진 선생과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다. 20분 수업 중 약 13분 정도는 내가 스스로 정한 대화 주제를 그에게 말하는 방식이다. 말하려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냥 계절의 날씨를 주제로 13분을 때울 수는 없다.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야 하니 미리 준비 없이는 되질 않는다. 그날의 일상 중에서 주제를 잡아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있었던 과거 일상과 곧 닥칠 계획도 대화에 포함된다.


자주 지방을 가니 교통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방 국도에서 과속을 하여 범칙금 딱지를 끊은 이야기도 되고 사고를 목격한 이야기도 된다.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 후보 간 TV 토론을 보며 느낀 나름대로의 주제를 고르기도 했다. 바로 지난주는 한번 수업을 빼먹었다. 이유는 수업 재등록을 깜박해서 그리 되었다. 이것도 상호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또한 레미저러블 소설을 읽고 자베르 경감 이야기도 할 때가 있었다. 


이제 그는 나의 생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 되었고 나의 개인적 호불호와 정체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가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는 절대 개인의 신상이나 더 자세한 것에 대한 정보를 알려고는 하지 않는다. 양파의 겉 부분 정도는 대화가 되지만 그와 내면의 심층 대화를 해서는 안될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 규칙은 잘 지켜지고 있었다. 


일 년 정도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새로운 선생으로 교체를 생각했었다. 사람마다 대화를 하는 패턴과 말의 습성이 다르기에 검토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선생을 바꾼다는 생각은 접었다. 스스로가 열심히 하여 영어 대화 실력을 향상해야 되지 다른 조건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라 여겼다.


나는 나이가 제법 들었다. 그래서 배우기는 하지만 무엇을 배우는 속도는 한창때보다 뒤떨어진다. 밑에 작은 구멍이 난 용기에 물을 부을 때 작업을 대충 해서는 물이 고이지 않는다. 물은 계속 흐른다. 흘러 나가는 물의 양보다 조금 더 모이면 물의 양은 꾸준한 수위를 유지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슨 일이던 꾸준히 해야 최소한의 결과를 누릴 수 있다. 



source, Wikimedia 프랑스 초기 항공모험가

PS. 프랑스 오픈 테니스가 열리는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는 초기 항공개척자 롤랑 가로스가 한 말이 쓰여 있다. 나폴레옹이 한 말 중 단어 하나가 바뀌어졌다. 같은 뜻이다. The victory belongs to the most tenac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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